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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Sep 26. 2023

39. 인연이라고 하죠

인연(因緣)

#20230926 #인연


 부모님과 같이 나오기 위해 부장님보다 먼저 절을 나섰다. 근데 부모님께서 늦으셔서 기다리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나는 차에 기름을 넣어야 해서 아빠 차보다 먼저 나왔다. 차를 몰고 달리다 보니 내 앞에 부장님 차가 보였다. 부장님 차를 뒤에서 따라가다가 부장님 차는 고속도로로 빠지고, 나는 국도로 계속 왔다. 


 기름을 넣고 집에 배달시킬 음식을 찾다 보니 주유소에서 시간을 조금 보냈다. 주문해 놓고 출발해서 가는데 내 앞에 아빠 차가 있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니 신기했다. 근데 아빠는 차를 빠르게 모셨고, 그 때문에 나는 아빠 차와 멀찍이 떨어지기도 하고, 다시 가까워지기도 했다. 문득 인연(因緣)이란 게 이런 걸까 싶었다. 어차피 이어질 인연은 이렇게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인연을 새로 만들거나 끊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면, 그래서 한 번 인연으로 맺어진 것이 계속 이어지는 거라면 당연히 악연(惡緣)보다는 선연(善緣)이 낫지 않겠나 하고. 


 절 동생 Z는 원래 불교와의 인연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Z의 어머님께서 열심히 기도하시고 수행하셔서 불교와 인연이 지어졌다고 했다. 그 친구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면 좋으니까?’라면서, 나보다 더 열심히 부서 활동을 하고 있다. 


 만약 나에게 모르는 사람이 와서 화를 낸다면? 그게 전생에 지어놓은 인(因)이 연(緣)이 닿아서 드러난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인연이 지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이러나저러나 ‘인연’을 믿는 사람이라면 인연을 잘 풀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새로 인연을 짓는 게 그렇게 힘들다면, 지금 나와 맺어지는 연(緣)들은 다 내가 이미 (전생에) 지어놓은 인(因)들로 찾아오는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오는 인연들을 잘 정리하는 게 내 몫이지 않나 싶다. 오는 인연들을 묵묵히 풀어간다는 수연행(隨緣行)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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