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이 Mar 01. 2021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자존감 - 나 사용법

#201712** #사람이사람을사랑한다는것의의미 (일부 수정) 


 20대 초반의 연애는 말 그대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내 감정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웠던.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만 앞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전전긍긍했던. 

 고맙게도, 상대가 착했던 탓인지, 내 마음이 절실해서 통한 건지, 지난번 연애는 이래저래 잘 흘러왔다. 아니, 흘러와서 끝났지. 또 다행히도, 기다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해주듯, 나를 이렇게나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서 잘 만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서로를 선택하고, 또 선택해가면서 하루하루가 쌓여가는 거겠지. 존재 자체에 감사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지금의 나도, 그 사람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조금은 아는 상태라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좀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 사용법이다. 내 감정, 내 육체.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성향이고, 이런 걸 하고 싶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스스로에 대해서 잘 알고 또 그걸 상대에게 잘 알릴 수 있다면 관계를 더 깊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나'에게 초점을 맞추고 거기에 집중하니, 상대의 성격이나 취향, 생각들을 존중할 수 있다. 나의 우주가 중요한 만큼, 상대의 우주도 중요한 법이니까.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상대를 존경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결국 내가 있어야 상대도 있는 거니까. 이게 '나를 사랑해야 상대를 사랑할 수 있다'라는 말의 참뜻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필요한 작업 아닐까. 나를 사랑한다는 건, 스스로에게 관심 갖고 알아가면서 확신을 가져가는 과정인 것 같다. 나 자신을 이해함과 동시에, 내 마음은 어떻고 내 몸은 어떻고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이런 과정은 결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것도 해보고, 저런 것도 해보고. '오, 나는 이런 걸 좋아하네' 많은 걸 경험해 볼 필요는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 그게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과정이다. 스스로의 길을 스스로 걷는 것. (실은 그조차 자신의 주관으로 자신을 보는 거지만,) 애쓴다고 빨리 알 수도 없고,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닌, 시간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3년 전의 글이지만, 실천은 여전히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이냐 주식이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