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분명히 알고 가자
#20220208 #브롤스타즈 #삶 #목표 #마음
브롤스타즈라는 핸드폰 게임이 있다. 의국 선배의 소개로 시작해서 동기까지 셋이 하다가, 여태 하는 건 나뿐이다. 매칭도 빠르고, 한 판에 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데다가, 캐릭터도 다양해서 재밌게 하고 있다. 물론 도중에 게임을 포기하거나, 적에게 자꾸 죽어주는 친구들을 보면 화딱지가 나지만...
이 게임에는 일일 퀘스트와 3일에 한 번꼴로 주어지는 시즌 퀘스트가 있다. 이 퀘스트들을 깨면 코인을 줘서 보상 상자를 열 수 있게 되어있다. 퀘스트들은 특정 캐릭터나 맵에서 몇 판을 이기거나, 특정 캐릭터로 상대 몇 명을 잡거나, 특정 수치 이상의 피해를 주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식이다. 효율적으로 게임을 하려면, 그 퀘스트들만 깨면 된다. 게임도 하고, 보상 상자도 열고. 근데 내 손은 퀘스트만 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상대를 잡거나, 수치를 채우는 퀘스트들은 그 판이 이기든 지든 상관없이 그 수만 채우면 되는데, 나는 이기면 기분이 좋아지고, 지면 기분이 나빠진다. ‘수치 채우기’라는 목표를 기억하지 못하고 어느새 게임에서 이기고 지는 데에 매였기 때문이다.
삶도 그런 게 아닐까? 우리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아무도 답을 모르고, 답을 주지도 않는다. 톨스토이는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했고, <대화의 희열 2>에서 유시민 전 이사장은 자신의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할까 고민하는 게 더 맞다고 했다. 다들 무언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서 살아간다. 단기적인 목표, 장기적인 목표. 돈, 경쟁, 취업, 시험 점수 잘 받기, 승진, 더 넓은 집 등등... 내 목표는 대개 당장 눈앞에 닥친 시험을 잘 보는 것이었고, 결과들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시험 하나하나를 넘을 때마다 왠지 모를 허망감이 밀려왔다. ‘정말 이게 다일까?’
물론 몸이 있으니 잘 보전하는 게 맞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입어야 한다. 돈도 많아야 할 수 있는 게 많고, 능력이 된다면 좋은 직장에, 높은 자리에 가서 많은 일을 하는 게 맞지. 시험도 잘 보면 좋고, 집도 넓으면 좋다. 그런데 정말 그게 다일까? 죽으면 갖고 가지도 못하는 거, 꼭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걸까? 닥친 일에 아등바등하는 내 모습은 혹시 퀘스트를 잊고 승패에만 연연하는 내 모습이 아닐까? ‘그럼 정작 중요한 건 뭐지?’
남는 건 결국 마음이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은가?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회상해보면 상대는 지금 없지만, 그때의 마음은 남아 있다. 그 마음은 상대에게도 남고, 스스로에게도 남는다. 어떤 식으로 남는지/받아들일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결국 삶의 퀘스트는 마음을 잘 쓰는 거고, 어떤 모습으로 살든 순간순간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제 1차 시험을 치고, 답을 맞혀 보니 일단 통과일 것 같기는 하다. (밀려 쓰지만 않았더라면) 그런데 틀린 문제들이 못내 아쉽다. 길게 고민했던 문제를 틀린 건 더 아깝게 느껴진다. 실은 다 필요 없다. 답안지는 내 손을 떠났고, 어차피 60점만 넘으면 됐던 거니까. 그런데 아쉬운 마음이 남아 있다. 강을 건너면 뗏목은 버리면 되는데, 아직도 내 마음은 뗏목에 있다.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넌 스님이 자꾸 여인을 마음에 두는 것과 비슷하다. 지나간 걸 버리고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하기 싫으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