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다음 절제?
#20220801 #정신발달 #사견
아기는 태어나서 자신의 손발이 자기 것인지도 모른다. 거울 속 자신이 자신인 줄도 모른다. 무엇이 자기이고 아닌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태였다가 하나씩 자신에 대해서 알아간다. ‘이렇게 힘을 주니까 팔/다리가 이렇게 움직이네?’ 팔, 다리, 얼굴(표정과 움직임; 울기 웃기 찡그리기 빨기 씹기 등등), 배, 등, 손가락, 발가락까지.
발달은 큰 근육부터 진행한다. 조대 운동(粗大; gross motor)이 먼저 발달하면서 미세 운동(微細; fine motor)이 따라가는 식이다. (이런 순서는 아마, 뇌에서 motor를 담당하는 direct pathway가 먼저 발달한 다음 indirect pathway가 발달하기 때문이 아닐지?) 아이가 자라면서 점차 섬세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는 거고, 우리가 운동을 배울 때도 처음에는 허우적거리다가 점차 익숙해져 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지?
운동의, 육체(body)의 발달이 이와 같다면, 정신(psyche)의 발달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것; 의지’가 먼저 발달하고 그다음에 ‘안 하는 것; 절제’가 발달하는 게 아닐까? 정신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D. winnicott이 말한 대로, holding environment와 good-enough mother가 있어야겠다. 다만 육체는 대개의 사람이 끝까지 발달하지만, 정신은 모든 사람이 끝까지 발달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의지’에 문제가 생기면 무언가를 할 엄두도 못 내거나(depression), 남 탓(projection)을 하는 등으로 미숙하게 대처하는 게 아닐지. 그리고 ‘절제’가 발달하지 않으면 남을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한다든지? 눈치가 있는 사람/없는 사람, 배려할 줄 아는 사람/모르는 사람 등등으로 갈리게 되는 게 아닌지.
정신 중의 하나인 공감(empathy)도 그런 듯하다. 교과서에 따르면* 공감은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그것에 조화시키는 능력으로써, 타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한 후 자신이 상대와 유사한 상태라면 어떨까를 상상하는 2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생후 첫해의 전반적 공감(주변의 강한 감정에 일치)을 거쳐 자기중심적 공감(자신의 입장에서 이해),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 타인의 상태에 대한 공감까지 발달하는데, 주변을 살펴보면 꼭 모든 사람이 타인의 상태에 대한 공감까지 갖고 있는 건 아닌 듯하다.
*공감의 발달 과정(development of empathy), 신경정신의학 61p. ch3. development of human mentality
공감: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그것에 조화시키는 능력. 타인의 감정 상태를 파악 + 내가 그와 유사한 상태라면 어떨까를 상상하는 2단계 과정
1. 전반적 공감(global empathy), 생후 첫해에 보이는 공감의 기초적 단계. 강한 감정을 가진 사람 가까이에 있으면 자신의 감정을 거기에 일치시키는 것. ex. 다른 아기가 우는 것을 들으면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도 따라 우는 것
2. 자기중심적 공감(egocentric empathy). 자기(self)가 타인과 분명히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12~18개월에 시작. 타인의 고통을 어느 정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나 자신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그 고통을 “치료해”주려고 함. ex. 다른 아이가 다쳐서 우는 것을 보면 슬퍼하고 자신의 엄마나 아빠를 데리고 오는 것
3. 타인의 감정(feeling)에 대한 공감 단계. 2~3세부터 학령기까지. 타인의 감정을 알고 부분적으로 조화시키며, 타인의 고통에 대해 비(非)자기중심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 발달할수록 좀 더 많은 종류의 감정을 구분 & 타인의 좀 더 미묘한 감정까지 알아차림
4. 타인의 상태(condition)에 대한 공감 단계. 학령 후기~청소년기. 타인의 감정에 대해 좀 더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즉각적인 상황뿐 아니라 개인의 일반적 상황이나 곤경에 대해 반응할 수 있음. 타인의 슬픔이 일시적일 때보다 오래 지속되거나 일반적 상황이 비극적이라는 데 대해 더 고통을 느끼는 특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