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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평제 Apr 14. 2017

Shape of my heart <레옹>

그들의 절제된 사랑이야기

 "Shape of my heart"이 노래를 통해서 알게 된 영화이다. 저 노래를 처음 들은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고등학교 때 서면 길거리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는다. 19살 때의 기억이었는데, 연애를 하고 싶어서 굉장히 우울했던 당시 저 노래를 우연히 듣고 친구들과 있다가 저 노래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서 난리법석을 친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저 노래만 주야장천 들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수능 때 들으면 안 되는 금지곡이 바로 저 곡이었다. 그렇게,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레옹"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는 그저 "청부업자와 소녀"의 영화로만 생각을 했다. 점점 나이가 들고, 이 영화를 보는 횟수가 늘면 늘수록 참 영화를 파헤치는 재미가 있었다. 처음으로 영화를 파헤쳐 보는 습관을 가지게 된 영화이다.



영화에 대해서 조금만 말을 하자면, 마틸다와 레옹의 이야기이며 둘은 그저 이웃에 불과하였다. 레옹은 프로 살인청부업자이며 마틸다는 그저 가정환경이 좋지 않은 18살 소녀의 역할로 나온다. 마틸다는 자신의 가족이 마약과 연루가 되어 모두 살해당하게 되며, 이웃인 레옹의 호의로 둘의 만남은 시작된다.

레옹은 그저 잠시 도와준 이웃에 불과하였지만, 마틸다는 그가 살인청부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레옹의 밑에서 살인청부업의 일을 배우며 사랑하는 가족, 아니 자신의 하나뿐인 핏덩이 동생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를 준비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마틸다는 레옹의 호의로부터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레옹은 점점 더 마틸다에게 애착심을 느끼게 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짓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게 된다. 


러시안룰렛이라는 극단적인 게임을 통해 레옹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장면


서로가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기 전에, 마틸다는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레옹이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음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오게 된다. 레옹 영화 중에서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다. 극단적인 게임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은 제3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면 협박과도 같겠지만 영화에 몰입하면 할수록 마틸다는 그만큼 레옹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했고, 사랑하기도 했기 때문에 저런 극단적인 행동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엄청난 나이 차이가 나지만 사랑하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마틸다와 과거 사랑하는 여자를 한번 잃어 보았기도 하였고, 나이 차이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감정이 메마른 청부업자 레옹의 줄다리기 게임은 끝내 마틸다의 승리로 둘은 조금 더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레옹을 총 4~5번 정도 본 것 같다. 처음에 정말 의문이 들었던 것은 "우유"이다. 참 별것 아닌데 레옹이라는 영화에서는 빼려야 뺄 수가 없을 만큼 우유가 나오는 장면이 참 많다. 레옹이라는 명작에서 나타내는 우유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처음 2번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레옹이라는 자가 청부업자이며 자신이 많은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자신의 피 묻은 손을 새하얀 우유를 통해 씻고 싶어서 일까?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해봤지만 조금 더 의미가 맞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레옹은 그저 "신체적으로 성장하기만 한 어린 소년에 불과하다."라는 답이 조금 더 맞다는 생각이 든다. 레옹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을 하였다. "나는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어, 단지 어려서 그렇지."라고 말이다. 이 구절에서만 본다면 오히려 저런 식의 해석이 조금 더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보면서 느낀 두 번째 의문. 레옹은 항상 자신이 집을 옮기든 뭘 하든 항상 화분을 들고 다니죠. 여기서 화분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레옹에서 나타나는 화분은 레옹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레옹이 말을 하죠. 화분은 항상 행복해하고, 질문도 하지 않는다고. 또한 뿌리도 없다고 하죠. 레옹은 그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이 화분을 생각을 해요. 항상 자신이 집을 비웠을 때는 자신의 집의 창문에 화분을 내놓고, 자신이 집에 들어왔을 때는 화분을 다시 집 안으로 거둬들이는 장면이 참 많아요. 지극히 자신을 아끼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네요. 



화분과 우유에 대한 설명을 조금만 더 깊이 생각을 해보니,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레옹은 신체적으로만 성숙한 어린아이입니다. 그저 우유를 꾸준히 마시는 어른이죠, 반대로 레옹은 마틸다에게 우유를 권하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어린아이라고만 생각을 했죠. 그런 후에, 마틸다는 더 이상 우유를 마시기를 꺼려합니다. 자신은 레옹과 같은 정신적으로 어린아이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생각을 확실하게 한 계기가 레옹이 화분이 자신과도 같다는 식으로 마틸다에게 이야기를 할 때 마틸다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뿌리를 내릴 수 있게 공원에 심어"라고요. 이미 마틸다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아이였습니다. 표면적으로 레옹이라는 영화를 본다면 다 큰 어른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오히려 저는 다 큰 어린이와 작은 어른의 사랑이야기라고도 생각이 들어요. 



끝내, 레옹의 죽음으로 인해 이 이야기를 끝이 납니다. 아주 비극적으로요. 둘의 영원할 것 같은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찝찝하네요. 이 영화가 해피엔딩이었다면.

20년도 더 지난 이 영화가 말해주는 파급효과는 엄청납니다. 패션이면 패션이고, OST로서도 지금 들어도 어디 하나 모 난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니까요. 

이 영화를 참 좋아하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참 상징성을 많이 나타 냅니다. 우유와 화분 등이 나타내는 상징성은 20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레옹이라는 영화를 보지만 그 의미를 찾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죠.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서 감정 없이 살아왔던 레옹은 자신의 결여된 삶을 되찾기도 하였고, 반대로 마틸다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갖게 해 준 레옹으로부터 더욱더 삶이 가치 있고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죠. 


이 영화를 단지 사랑 영화에 국한하고 싶지는 않다. 실로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랑에만 한정 짓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금 더 성숙한 우리를 바라고, 가치 있는 삶에 대해서 말을 해주는 것이 아닐까? 조건 없이 혹은 거짓 없이 사랑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감독이 궁극적으로 내포한 의미가 아닐까.

오늘 밤은 Shape of my heart를 듣고 자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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