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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Sep 27. 2022

하나도 안 친했던 선배의 죽음

나보다 한 학번 위인 반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자주 연락하던 선배는 아니었지만, 유독 그 선배를 떠올리면 남자 선배인데도 새내기 시절 물색없던 나와 내 동기들에게 유난히 살갑고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짜증 날 법한 실수에도 지적하거나 훈수 두는 대신 "괜찮아 그럴 수 있어"라는 눈빛으로 품어줬던 선배. 그런 선배를 두고 선배의 동기들은 오빠가 아니라 아줌마 같다는 둥 언니라는 둥 장난을 쳤던 것 같다. 사실 말이 선배지,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도 나보다 고작 한두 살 위인 또래였을 뿐인데, 그에 비해 너무도 성숙한 배려와 과분한 애정을 받았었다.


주 안부를 묻던 사이는 아녔더라도 기억 속에 한 없이 따뜻하기만 했던 사람. 세상은 달라진 게 없이 그대로지만, "그 선배 뭐하고 살까?"하고 가끔 혼자 생각해볼 수도 없고, "그 선배 요즘 뭐하고 지낸데?"라고 술자리에서 아무한테나, 아무렇지 않게 물을 수도 없다. 이런 면에서 자주 보지 않더라도, 이 세상에 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거대한 간극 같다. 그럼에도 난 지금 촬영장으로 향하고 있다. 물론 직접 문상도 못 가게 될 것이다. 한탄하거나 불평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이게 자연스러운 내 일상이니까.





누군가는 떠나고 미친 듯이 슬퍼하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에 복귀 아닌 복귀를 하고 또 다른 소중한 사람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지금의 내가 특히 그렇다. 소리 내어 울고 있진 않지만 오래오래 마음이 저릴 것 같다. 그만큼 선배가 좋은 곳에서 편해졌으면 좋겠다. 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선배가 많이 생각나는 가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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