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야기

여기저기 오가고 이것저것 하며 마주한 것

by 딱정벌레
아차산에서 내려다 본 잠실 주변. 사진=딱정벌레

지난 주말 아차산에 다녀왔다. 한 달 만에 가는 산행. 지난달 죽주산성 다녀온 이후로 설 연휴와 여러 가지 이유로 주말마다 산에 가지 못했다. 짐스러운(?) 일을 해치우고 나니 높은 지대가 간절했던 것 같다. 1월만 해도 거의 매주 갔는데 2월에는 이를 지키지 못해 아쉬웠다. 오랜만에 가는 산행이기도 하고, 아차산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이 너무 멋져서 만족스러웠다. 아차산이 서울에 있는 산 가운데에서 그나마 낮은 편이라고 하지만- 죽주산성보다 더 힘들었다. 인왕산이 더 가기 수월했던 것 같고.

아차산은 집에서 위로 보나 옆으로 보나 아예 반대방향에 있어서 갈 일이 별로 없다. 예전에는 취재 때문에 어딜 다녀오라 그 주변을 지나거나 반대편에서 조망할 일은 있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아차산과 한강변이 보이는데 전망이 좋다. 구리에서 버스를 타고 워커힐을 지나갈 때도 아차산을 스치는데 그때도 주변 환경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 그 안에 들어가(?) 본 건 이번이 처음. 어린이대공원이나 행사 참석 차 세종대 일대를 여러 번 갔지만 아차산은 좀처럼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게 내 첫 방문이란 이야기.

정상까지 가지는 않고 전망대까지만 갔다. 아차산 1보루던가? 낮에 화장실 청소를 하고 집을 나서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있었다.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한 게 오후 5시 넘어서였으니까. 근데 근처에서 명랑핫도그를 보고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기 어렵듯 감자 핫도그를 사 먹고 갔다. 명랑핫도그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 있지도 않고, 스쳐 지나가는 우연도 없었다. 그걸 그 주변에서 마주하다니. 어차피 자주 오는 동네도 아니고 곧 저녁이니 배는 안 고프지만 요기나 하자고 생각했다. 맛있었다.

1번 감자핫도그, 2~15번 아차산. 사진=딱정벌레

지하철역에서 아차산 아래까지는 넉넉잡아 걸어서 20분 거리였다. 골목을 지나서 가는데 사방이 지뢰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카페가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아차산을 해시태그로 검색하다 보면 산행을 마치고 맛집에 간 사진이 많이 검색됐다. 운동삼아, 칼로리 소모를 위해 왔다가도 금방 다시 찌우고 가기 좋은. 등산하고 막걸리에 파전 먹는 건 거의 국룰 아닌가. 아무튼 식욕을 부르는 상권이었다. 난 명랑핫도그를 먹었으니 그날 식사는 그걸로 끝. 아쉬워하며 산을 올랐다.

전망대까지 가는, 편한(?) 둘레길이 있었다. 근데 초행길이고 난 아차산성을 따라 올라갔다.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린 듯. 가다 보면 어느새 구리로 넘어가 있고. 덕분에 아차산성에서 발굴된 고구려 유물 사진을 보며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었다만. 힘들었다. 근데 둘레길로 갔어도 어차피 오르막길이라서 마찬가지로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그냥 내 체력이 저질이라서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전망 보러 가는 목적이 컸기에 혹시라도 길을 못 찾아서 전망 못 보는 거 아닌가 조바심도 났다. 그러던 차에 어느 순간 갑자기 전망대에 도착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장관을 봤을 때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냥 탄성을 자아냈고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힘들었던 게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등산할 때 흔히 드는 생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멀리 내다보면 그동안 고생한 게 더 보람되다. 뭐든 거저 얻을 수 있는 건 없기에- 좋은 풍경을 보는 것도 노력해야 하는 일이고. 돈 내면 고층 전망대에서 편하게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보려면 힘을 좀 써야 한다. 힘들어도 걸어야 되고. 그래도 조금씩 쉬면서 갈 수 있으니. 과정이 가혹하지만 않다.

아차산에서 내려다 본 한강 풍경. 사진=딱정벌레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고 오랜만에 내 사진도 찍었다. 코시국 이후로는 셀카를 예전만큼 많이 찍지는 않았다. 화장도 잘 안 하고, 특별히 꾸미지도 않으니. 화장을 안 하고 나니 피부가 전보다 많이 나아져서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되도록 안 하고 싶다. 옷도 안 산지 오래돼서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면 좋겠고. 아무튼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셀카를 잘 안 찍는데 이날은 오랜만에 배경을 벗 삼아 찍어봤다. 뒤늦게 발견한 후면 광각 카메라로 배경을 넓게 담아서 찍었다. 주로 마스크를 낀 채 찍었는데 마스크 낀 얼굴이 더 낫다니. 웃프다.

아차산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데 특히 야경이 소문났더랬다. 이왕 늦게 온 건 해지는 거 봤으니 야경이나 좀 보고 가자 싶었다. 산에 올라와서 그런지 바람도 꽤 불고 추웠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더워서 겉옷도 벗었지만. 겉옷을 다시 입고 1보루까지 올라오니 전망이 더 좋았다. 그때쯤 땅거미가 내리고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롯데월드타워에도 불이 들어왔다. 강변북로에 줄지어 이동하는 차량 행렬에도. 1보루 주변에 나무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끌어안았다. 가족을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름을 부르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되뇌었다.

빨리 내려가야 하는데 멋진 야경을 보니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자주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고 한번 오려면 마음을 먹고 나와야 되다 보니 떠나기 더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추웠고 어둡기 때문에 얼른 하산해야 했다. 높은 지대에서 야경을 내려다보는 상황도, 내 마음도 다 좋았다. 땅에 발 딛고 서있다는 것 자체가 내게 안정감을 주고. 가능하면 좀 더 오래 머물면서 지켜보고 싶었다. 내가 내려갈 때쯤에는 사람들이 많이 하산 한터라 내려오는 길이 무서웠다. 그래도 하산할 때는 지름길로 내려와서 올라갈 때보다 금방 내려왔다.

더현대서울. 사진=딱정벌레

요즘 화제의 백화점 '더현대서울'도 다녀왔다. 그나마 자주 가는 곳이 여의도이지만. 최근에는 잘 가지 않았다. 12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 이후로 뜸해졌다. 집과 동네가 더 익숙해지고 교통비 안 쓰는 재미도 은근 쏠쏠하기 때문에 굳이 가고 싶지 않기도 하다만. 더현대서울은 몇 년 전부터 기대했던 곳이라 궁금했다. 사진이 공개되면서 화제도 많이 되고. 주말만 되면 여의도는 파장한 해수욕장 같은 느낌인데 이 백화점이 앞으로 여의도 풍경을 얼마나 바꿀지, 바꿀 수는 있을지도 궁금했다.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 오프라인 점포를, 그것도 백화점 점포를 하나 더 연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판단했다. 있는 매장도 줄이는 마당에. 현대백화점은 점포가 적기 때문에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롯데백화점만 해도 정리한 점포가 있다. 여기는 업계 1위니까 점포가 많지만. 오프라인 유통 채널, 유통업계 전통 형님인 백화점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신규 점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거기에 대한 현대백화점 답은 뭘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테일러 커피나 태극당 같은 브랜드가 좀 더 가까이 오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처음 들어섰을 때 느낌은- 백화점 1층은 그 백화점의 얼굴이다. 그래서 1층 구성이 중요한데 여긴 넓어서 그런지 보통 백화점 1층 매장에 4~5층쯤 있는 명품 브랜드를 한데 모은 구성이었다. 꼰대 같은 생각일 수 있지만 백화점도, 면세점도 세계 3대 명품 브랜드 유무가 중요해서 열심히 시선을 쫓았는데 없었다. 보통 다 갖춘 채로 오픈하지 않고. 그런 브랜드는 매장 수를 엄격히 관리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신규 매장을 더 열지 않고, 다른 곳에 있던 걸 빼서 오긴 한다만. 이렇게 백화점이 크고 멋진데 그게 없으니 앙금 빠진 찐빵 같았다.

사진 1번 언커먼스토어, 2번 애플스토어 여의도점. 사진=딱정벌레

역시나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 유통 기자들은 여전하구나. 사실 3대 명품 브랜드가 이 시점에 중요한가 싶지만. 백화점이라고 하면 그래도 명품 브랜드를 기대하고 오니까. 세 브랜드가 없으니 정말 돈 있는 사람들은 돈 쓰는 재미가 크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고. 아무리 매장이 크고 화려해도 돈 쓰고 싶은, 돈을 많이 쓰고 싶은 브랜드가 있어야 결국 그 점포에도 좋을 테니. 오히려 거기 가서 갤러리아 명품관과 압구정 본점, 롯데와 신세계 본점의 건재함을 도리어 실감했다.

그래도 앞으로가 중요하니. 요즘 여기 사람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데 이게 앞으로도 그러면 혹시라도 전국 백화점 매출 상위 5위 안에라도 든다면- 정말 미쳐서 신세계 강남점을 밀어내고 1위라도 차지한다면- 3대 명품 브랜드도 하나씩 들어올 수 있고 뭐,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신세계 강남점은 잘될 수밖에 없는 점포다. 복합환승터미널이라는 강점이 엄청나고. 리모델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 소공동 본점을 밀어내고 계속 1위 점포 자리를 수성하고 있으니. 백화점 업계 2위이고, 점포 수도 더 적은데 존재감은 1위 같다.

지금은 사람들이 궁금해서 주말에도 엄청 많이들 방문하는데 이게 얼마나 이어질지가 중요할 듯하다. 개점 초기에 반짝하고 다시 고요한 주말 여의도로 돌아갈 건지. 영등포에 모여있는 롯데, 신세계 백화점 모두 알짜 점포인데 영향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비슷한 상권에 있고 쏠림 현상이 생기면 이들 점포에 있는 3대 명품 브랜드 중 한 곳도 움직일 수 있고. 이날 IFC몰도 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지하로 다 연결되고 그리 멀지도 않아서 방문객들이 두 곳 다 찾지 않을까 싶고.

사진 1번 크루아상과 메이플 피칸파이, 2~3번 친구가 준 쿠키, 4번 메이플 피칸파이 생지. 사진=딱정벌레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아마존웹서비스의 저스트 워크 아웃 결제 기술을 접목한 언커먼 스토어에 못 들어간 것. 카드를 등록한 다음 들어가는데 계속 없는 번호라고 뜨면서 등록이 되지 않았다. 물건을 살 생각도 있었는데- 카드 등록 때문에 30분이 넘는 시간을 낭비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분이 더 나빠지기 전에 빨리 정리하고 애플스토어 여의도점을 구경하러 갔는데- 복합쇼핑몰 안에 들어와서 그런지 아담하고, 특별한 뭔가가 보이지 않았다. 가로수길 매장이 계속 짱 먹을 듯. 애플스토어는 단독 건물로 커야 제맛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빵 굽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가 빵을 굽는 건 아니고 에어프라이어가 구워주는데- 크루아상과 메이플 피칸파이 생지를 사서 매일 하나씩 구워 먹는다. 이걸 사는 순간 당분간 빵집은 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 다짐을 이어갈 수 있을 듯. 너무 맛있다. 마음이 녹는 느낌. 생지 파는 곳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CJ제일제당만 해도 애플턴 파이에, 스콘 등 다양한 베이커리 생지를 팔고 있다. 갑자기 이런 건 삼양사가 하면 좋을 텐데 싶은 생각도 든다만. 요즘은 이렇게 빵 구워 먹는 맛에 산다. 빵 굽는 냄새가 집안 가득 퍼지는 것도 좋고.

점점 카페 가는 걸 꺼리는데- 이제 재택근무한 지 1년 넘은 사람들도 전보다 많고. 집에서 최대한 많은 일을 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도 많은 듯하다.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저마다 터득하기 시작했을 테니. 그래선지 카페에 가는 게 돈도, 시간도 아깝다. 웬만한 일은 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집을 내게 최적화(?) 시킨 터라. 먹는 것도 그렇다. 빵뿐만 아니라 샐러드도, 타코도 또띠아와 몇몇 재료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오랜만에 카페를 가도 크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 같지 않다.

먹부림. 사진=딱정벌레

다만 스스로 걱정(?)스러운 게 있다면- 전보다 미식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최대한 다양한 걸 집안에서 먹으려 하고, 거기서 일상 즐거움을 찾다 보니 집착이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맛있게 또는 예쁘게라도 먹지 않으면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뭘 해 먹고, 장을 어떻게 볼지 이런 걸 너무 오래 고민하고. 외식을 거의 안 하기 때문에 1인 가구라도 예전에 회사 다닐 때와는 식습관이나 식사 방식이 다르다. 역시 밥하고 국 끓이고 고등어 구워서 반찬과 먹을 때가 가장 편하긴 하다.

최근 오트밀을 바꿨다. 1년 넘게 플라하반 오트밀을 먹었고, 다양한 맛을 봤다만. 너무 한 브랜드만 오래 이용한 듯해서 퀘이커로 바꿨다. 퀘이커는 국내에도 들어오지만 맛이 다양하지 않아서 로켓직구로 세 가지 맛을 샀다. 애플 시나몬, 월넛 뭐, 메이플 브라운 슈가. 맛있는데 너무 달다. 애플 시나몬까지는 괜찮았다. 난 시나몬 향을 좋아하니까. 월넛에는 고소한 맛을 기대했는데 단맛이 이겼고. 메이플 브라운 슈가는 이름이 이미 정체 자백을 하고 있다. 그래서 로어 슈가 메뉴가 있었구나. 이걸 다 언제 먹는담.

오트밀은 주로 오버나이트 오트밀로 만들어서 먹는다. 우유 적시고 그릭 요구르트 몇 숟갈 넣은 다음, 냉동 블루베리 얹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러고 다음 날 아침에 딸기 몇 개 올려서 먹는다. 바나나도 같이 올리기도. 그릭 요구르트도 맛있고, 과일 자체도 단맛이 있기 때문에 굳이 특정한 맛이 나는 오트밀을 안 사도 될 것 같다. 플라하반은 그렇게 심하게 달지 않았는데. 다 먹고 나면 국내에 들어온 퀘이커 오리지널 버전을 먹어보고 로어 슈가를 사든, 플라하반으로 다시 돌아가든 해야 할 듯. 그래도 퀘이커 포장이 예쁘긴 하다.

퀘이커 오트밀. 사진=딱정벌레

오트밀이 국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끄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한예슬 유튜브에서 간단하고 맛있게 먹는 요리법을 소개하고 난 뒤, 붐은 일었던 것 같다. 쇼핑몰에서도 플라하반 오트밀에 '한예슬 오트밀'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서 팔았으니까. 한예슬 유튜브 영상에 나온 오트밀이 플라하반 제품이었다. 얼마 전 한예슬이 집에서 간단하고 건강하게 먹는 요리법을 알려줬는데 밀가루를 안 넣은 바나나 팬케이크와 또띠아에 이것저것 넣고 싸 먹는 거였다. 무지 간단해서 또 마음이 동했고. 난 거기에 얼마 전 산 양념 돼지고기를 넣을 생각을 하고 있다.

샐러드를 너무 자주 먹었더니 물려서 샐러드 재료를 또띠아 안에 다 넣고 싸 먹으려고 한다. 사워크림, 살사 소스, 닭가슴살 또는 기타 육류, 치즈, 피망, 방울토마토 등등. 문득 예전에 부장 모시고 종종 갔던 충정로의 한 양고기 집이 떠오른다. 그곳 미덕 중 하나가 또띠아를 준다는 건데- 양고기를 여기에 싸 먹으면 맛있었다. 그 집 양고기 자체도 맛있지만. 이름이 '양마을'이었던 듯. 충정로는 집 같은 느낌이었는데 참 많이 멀어졌다 싶다. 몇몇 동기들과 금요일 저녁마다 항상 거기서 닭발 먹고 노래방에 갔는데.

오랜만에 꽃을 사고 분갈이를 했다. 저번에 산 라넌큘러스가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갔다. 라넌큘러스는 원래 개화를 천천히 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봉오리째 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봉오리가 열리고 잎 수백 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는데 하루하루 감탄했다. 잎이 다 피고 나니 복슬복슬한 느낌이 들었고. 지금은 지고 있는 중이다. 가장 먼저 핀 꽃잎부터. 본의 아니게 투톤 컬러가 됐다. 새로 산 꽃은 버터플라이 라넌인데. 처음 본 순간 너무 마음에 들었다. 3월이 되니 '미쳤다' 싶을 정도로 꽃집 라인업이 장난 아니다. 처음 보는 꽃도 많고.

버터플라이 라넌과 스피티필름. 사진=딱정벌레

버터플라이 라넌은- 내가 고른 색은 짙은 분홍색인가 그런데- 밤낮으로 모습이 조금씩 바뀐다. 밤이 되면 잎을 오므리고 낮이 되면 활짝 피는. 처음에는 꽃 네 송이인가 다섯 송이만 피어 있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나머지 봉오리도(7개 정도) 꽃잎을 피어서 풍성해졌다. 하루하루 모습이 달라져서 매일 사진을 찍고 있다. 잎이 너무 길고, 따로 묶지 않으면 줄기가 넓게 펴지는 게 아쉽지만. 그렇다고 줄기를 많이 자를 수도 없어서. 이전에 잘 몰랐던 멋진 꽃을 알게 돼서 좋다.

새로 분갈이한 화분은- 너무 큰 걸로 교체했다 싶다. 집에서 보고 있는데 너무 커서 웃길 정도. 저 화분을 고른 이유는 순전히 색 때문이었는데. 물론 기존 화분보다 더 큰 걸로 해야 하긴 했다. 저것보다 약간 작은 것도 있었는데 어차피 시간 지나면 또 분갈이해야 할 거 그냥 처음부터 큰 걸로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페이지그린에 가니 직원분이 날 알아봐서 놀랬다. 이번에도 유용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분은 너무 큰 걸로 바꾸면 과습이 있을까 염려해주셨다. 화분을 들고 오다가 잎이 꺾여서 지지대도 세워주시고.

기분은 곧잘 널뛰기한다. 금요일은 정말 좋았고, 토요일도 그럭저럭 괜찮았으며, 일요일도 so so 했고, 월요일도 괜찮았다.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올해 다짐한 게 있다면 '지난해와 같은 이유로 우울해하거나 힘들어하지 말자'는 거였다. 다시 그런 상태가 도지는 것 같고, 마음을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집착과 욕망이 남아있구나 싶어서. 그래서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그랬다. 결자해지해야 할 일인데- 오늘까지만 아래로 침잠하고 내일은 다시 살아나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연연하지 말라고. 착각하지도 말라고.

라넌큘러스와 프리지아. 사진=딱정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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