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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

by 호랑
여름 손님 시 그림 질경이.jpg


불면증에 시달리는 커피

하품이 달라붙은 해바라기 양산 접었다 폈다 갈 듯 말 듯

여름을 짓이기고 앉는다


컵 표면에 맺힌 물방울

손가락 사이로 주룩 흐르고

팔뚝 오르내리며 졸던 파리 한 마리

깜짝 놀라 납작, 땅바닥을 솟구치며 날아오르는데


눈꺼풀 밑 끝없는 그녀의 넋두리

팔월 질경이 같다


밥 먹고 가라는 말 서둘러 끊고

이윽고 일어선 식욕 잃은 커피

양산에 갇혀 있던 해바라기 앞세우고 문밖을 나선다


덩그런 어둠 속에 앉아 혼자 있을 그녀가

다 말하지 못한 퀭한 눈의 불면이

커피처럼 떠오른다


우울

우울

우울

나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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