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시각 확인할 겨를 없이
지는 해 따라 선유도 노을 달린다
저녁 6시에 출발한 해 몹시 바쁜데
주홍빛 한낮 풀어 놓고 앉아
다독이는 저녁 해 느긋하다
넘어가는 해 서두를 일이든가 싶다가
검은 산 배경으로 노랗게 풀어지는
저리 넉넉한 겸손 앞에서
오늘 하루 바다의 일을 생각한다
순간, 초 다투듯 사라지는 해 향해 내지르는 사람들의 함성
내일도 볼 수 있을 거라는 안도를 뒤로 하고
허망한 발길에 차인 모래를 쓸어내며 빠져나오는 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붉게 젖은 바다가 어두운 길 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