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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Dec 01. 2020

게발선인장 꽃이 피다


 베란다에 식물을 가꾸면서 계절을 실감하는 식물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게발선인장이다.


 줄기가 그다지 예쁘지 않아 꽃이 지고 나면 으레 줄기를 잘라 한쪽으로 치워 놓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붉은 꽃봉오리를 달고 베란다 한쪽을 물들이고 있다.



게발선인장 꽃


 DNA의 놀라움을 실감한다. 거름은 물론, 때맞춰 꼬박꼬박 물을 준 것도 아니고, 잊고 있다가 “아, 네가 거기 있구나.”하며 찔끔 적선하듯 물 한 컵 던져주곤 했는데, 아랑곳없이 겨울의 문을 열고 있는 게발선인장.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뛰어넘는 종족 번식의 위대함과 신비로운 생명체의 세계를 엿본다.


 집에는 핑크가 있는데, 작년 엄마 생신 때 막냇동생이 들고 온 진한 자줏빛 게발선인장도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꽃다발이 아니어서 좀 의아하게 생각한 것도 사실인데, 올해 다시 피는 꽃을 보니, 남동생의 마음을 헤아릴 것도 같다. 꽃다발이었으면 진즉 잊었을 텐데, 화분이어서 두고두고 볼 수 있겠다.


 게발선인장 꽃이 지고 나면 겨울이 성큼 발을 들여 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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