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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랑 Jan 26. 2021

나무, 기도하듯 서 있는 계절이다


 나무는 허공을 믿는다. 나아감을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가뭇없이 스치는 바람의 결을 붙잡지 않는다. 머물지 않으나, 바람은 또 스치듯 오니까. 

 나무는 기도하듯 서 있는 계절이다.

 간절히 봄을 기다리지만, 겨울을 탓하지 않는다.

 가장 춥고 외로울 때도 혼자 서 있다.


 나무는 견딘다고 말하는 사람의 말을 견디며 나무를 산다.


 나무는 나무로 살 때 온전히 나무여서, 온 힘 다해 살아내는 사람의 곁인 줄 알아서, 같이 서 있고 싶게 한다.


 가둔 물줄기 하나로 키운 나무의 시간이 어두운 초록을 뱉는다. 

 초록은 뿌리의 속살. 

 이 속살이 가장 눈부실 때, 하늘은 초록의 최선에 자유라는 땀을 선물처럼 쏟는다.


 나무는 성내지 않는다.

 고집 세우지 않는다.

 곁가지의 투정을 어르고 격려하고 지지한다.

 가버린 시간을 뒤척이지 않는다.

 잡히지 않는 바람을 놓을 줄 안다.

 하여, 나무는 여한 없이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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