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랑 Feb 08. 2021

머위는 어김없이 자라네



머위는 우리 세 자매에게 특별한 식물이다.


 몇 년 전 아버지가 밭둑에 심었던 머위가 봄이면 어김없이 자라 봄철 내내, 아니 여름까지 실컷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뾰족하니 고개를 내밀며 머위 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봄인 줄 안다. 잊힌 듯, 죽은 듯 있다가, 나, 여기 있었소! 하며 봄을 밀고 나오는 걸 보면, 겨울 언 땅에서 생존을 위해 어지간히 애를 썼겠구나 싶어 측은하면서도 고맙고 기특하다. 


 머위는 봄을 잊지 않는데, 아버지는 영영 봄을 맞을 수 없다.


 머위는 어린잎도 쓰다. 그 쓴 잎을 쓰다 하지 않고 맛있다며 먹는 엄마를 보고 딸이 한마디 한다.


 “쓴 것이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그러실까?” 

 “어이구 이것아! 쓴 것이 맛날 때가 있단다.”


 머위 잎을 끓는 물에 데쳐 소금과 간장으로 무치거나, 된장을 넣어 무치기도 하는데, 그렇게 몇 번 끊어다 먹는 사이, 머위는 쑥쑥, 폭풍처럼 자라 어느새 머위 대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봄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머위 대는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머위 대 나물과, 들깻가루를 넣은 머위 탕의 맛에 비하면, 그 번거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다.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나는 말여, 머위를 먹어야 봄을 보낸 것 같아야. 어릴 때 할머니가 머위 순 따다 무쳐주면 고것이 그렇게나 맛나서 두고두고 잊지 않고 해마다 먹는다니까.”


 걷잡을 수 없이 자란 머위가 점점 지쳐갈 무렵이면 꼼짝없이 여름이다. 머위 순도 거칠어지고, 머위 대는 부드럽지 않다. 봄철 내내 그 쓴 맛으로 달게 입맛 돋운 머위의 한철이 끝난 것이다.  


 봄볕 쏟아지는 밭둑에 앉아 머위 순 뜯으러 갈 날을 기다리는 세 자매의 마음은 같다. 아버지를 그리는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무, 기도하듯 서 있는 계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