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랑 Feb 15. 2021

올해의 첫 꽃이라 여긴다


설날 아침, 시댁 납골당 오르는 길 풀숲에서 봄까치꽃을 보았다. 언뜻 보면 보라색인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파란색에 가까운 꽃이다. 


 용케도 꽃을 피웠으나 갈색 풀덤불 속에서 자잘한 꽃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처음으로 맞닥뜨린 꽃이다. 물론 지난 1월 눈 속에 묻혀 있던 붉은 동백을 보긴 했으나, 왠지 봄맞이하는 기분을 내기에 충분한 이 꽃을 내가 본 올해의 첫 꽃이라 여긴다. 


 무채색 천지인 대지를 바라보며 살아낸 지난겨울이 아니라도, 지구촌에 불어닥친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지나는 동안 너나없이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일까? 하루빨리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앞서 자꾸만 풀숲에 눈길이 머문다. 무엇이든 색깔을 가진 것들이 기다려지는 게 사실이다. 


 자세를 낮추고 자세히 보니 자잘하고 가벼운 꽃이 참으로 당당하고 의젓하다. 누구 한 사람 응원과 지지가 없었을 텐데, 꽃은 제 빛깔의 자리를 확보하고, 봄이라는 선물을 기꺼이 온 마음 다해 내밀고 있다. 


 갖출 것 다 갖춘 모양새며, 색깔, 꽃 수술까지 완벽한 꼴을 하고 시린 겨울을 힘껏 들어, 시리고 맵찬 바람과 눈보라를 이기고 견뎌낸 숨을 고르며, 2월의 설날 아침, 봄소식을 타전한다.  


 봄은 내 발밑에 와 있다.


 봄은 지척에 보랏빛, 파란빛을 시작으로 온갖 색깔의 띠를 이고, 지고, 두르고, 걸으며, 우리 곁을 향해 떼로 몰려오고 있다.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진 봄까치꽃을 본 설날 아침.


 모든 이에게 봄까치꽃이 전하는 ‘기쁜 소식’을 드린다.


 작고 소소한 기쁨들 차곡차곡 모아두면 결국 뜻밖의 예기치 못한 기쁜 소식 맞닥뜨리는 날도 오지 않을까? 


 올해 새해 소망이라면 이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머위는 어김없이 자라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