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동

by hari

일 년 전쯤에 나는 보광동에 살았다. 한강 쪽이었는데, 그 집 자체에서 느껴지는 직감에 바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사오자 집이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오래된 시설이고, 보안도 허술해서 일주일 내내 무서워하고 불안해하며 펑펑 울며 집에서 지냈던 거 같다.


나는 지금 보광동을 지나 이태원쪽에서 버스에 타서 이 글을 쓰는 중이다. 과거 회상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그 때 참 행복했다.


두려워하던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인연들, 떠돌아다니면서 처음 느꼈던 자유. 틀에 맞추어진 것들에서부터 벗어나 나를 얽매고 있던 형식적인 것들에게서 새로운 세상을 맛본 느낌이었다.


행복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인 것이다.


이 기억조차 바람에 날리고, 또 다시 오늘 하루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하다.


박하리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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