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행이란

by hari

지금은 니스 해변에 누워 별을 바라보고 있다. 15일 쯤에 보름달이 될 줄 알았는데, 커다란 달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게 신기하다. 행복이란 너무 덧없고 가볍다.


외국에서 지낸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한다. 나는 그저 가볍게 웃는다.


여행은 나에게 많은 걸 일깨워준다. 어느 장소에 있건 그 장소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과, 그곳에서 마주하게 될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나는 나의 장점과 단점을 굳이 나누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장점과 단점은 저울질하기 알맞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별 생각 없이 흐르는 대로 지내다보니,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또 가볍게 웃기만 한다.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그 상황이 나에게 최선을 가져다줄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 상황을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본 뒤, 많은 폭풍이 지나가고 감정을 제거한 뒤 행동하는 편이다. 게다가 그것 또한 내 행동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바라본 뒤 그 행동에 걸맞게, 마치 내 길이 있는 것 마냥 그 길을 따라 걸어간 것 뿐이다. 결론적으로 나스스로만 한 일은 하나도 없다. 모든 걸 도움받았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해서도 배웠다. 진정한 사랑은 타인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보며 포용하는 것. 기다리지도 않고 소유하지도 않으며 얽매이지도 않는 것. 우리의 존재 그 자체를 깨닫는 것. 그것이 사랑같다.


그리고 내 길은 나 스스로만이 정하는 게 아님을 배웠다. 많은 사람들의 연결고리들을 감안하고 배려하고 이기심을 제거하고 전적으로 사랑으로 임하는 것이 바로 내 길이다. 그 길은 정해져 있기도 하고, 내가 거부한 뒤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음을 배웠다. 받아들이거나 혹은 개선하거나, 개선하는 과정 속에서 나 스스로의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사실이라는 건 감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것은, 말 그대로 그저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은 지나가버리고 우리가 생각한 것 만큼 삶은 무겁거나 심각한 것이 아니다.


우연같아 보이는 것들은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서 살아있음을 배웠다. 사 년 전부터 그토록 가고싶었던, 속으로 소리쳐왔던 프랑스를 네 번째 방문중이다. 그 중에서 내가 뮤직비디오나 혹은 지나치는 이미지로 보았던 장소들을 아무런 계획 없이 갔다. 그곳들에 가게 될 줄에 상상도 하지 못한 그런 우연같은 운명에 이끌려서. 살아있음에 감사하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친해지고 싶어지는 건 어떠한 대가없이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누는 행위에서 발현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은영씨에게 계속해서 요리를 해주고 싶었던 것들, 그리고 내가 가진 정신적인 능력들을 다른 이들에게 베푸는 것. 그러한 행위는 대가 없이 기쁘다.


누군가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노력이 가장 안타깝고 가슴아프다. 아름답고 싶어지는 욕망 또한 거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 행위를 하고자 하는 욕망이 일그러질 때 차라리 그 욕망을 놓아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걸 배우는 중이다.


행복하다. 매 순간들이 너무 빠르고 정말 꿈꾸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고 원하고 소망하는 대로 미래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흐를 수록 그러한 행위들이 더욱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소중하고 끊임없이 우리 곁에 있을, 아니 우리 스스로의 참모습인 현재라는 순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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