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징병제를 제안하는 금태섭 의원과 류호정 의원
최근 창당한 금태섭 의원과 류호정 의원이 놀라운 발언을 했습니다.
여성 징병제입니다.
기존에 페미니스트 정치인으로 알려졌던 류호정 의원과,
친여성 정치인으로 생각되던 금태섭 의원이 이런 발언을 한건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젠더평등 관점에서 남성만 징병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징병제가 폐지되는게 합당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여성도 징병하는게 대안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남성의 감소로 병역 면제 기준이 터무니없이 높아져,
병역을 수행할 능력도 없는 남자들까지 징병되고 있다는 현실에 분노하는 젊은 남성들이 많습니다.
2024년에는 상황이 더 심해져서 남성을 100% 징병해도 병력을 채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여성 징병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현실로 다가온 것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여성도 군복무하는 나라들이 대체로 더 선진국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대표적인게 이스라엘,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입니다. 양성이 평등한 선진국들이죠.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찾아보니 현실은 제 생각과 조금 달랐습니다.
징병제 국가들. 초록색 45개 국이 남성만 징병, 11개 국은 여성도 징병. Pew research center.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세계 국가 중 약 1/3인 60개 국가가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45개 국가가 남성만 징병했고, 11개 국가는 여성도 징병했습니다. 4개국은 애매했습니다.
CIA 팩트북도 사용해서 조사해서 확인안 여성 징병 국가는 총 14개국이었습니다.
저는 이 나라들의 WEF 성평등 순위가 궁금해서 한번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WEF 성차별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105위로 성평등 하위권이라고 발표했던 보고서입니다.
군복무 중인 대학생도 재학 중인 것으로 계산해 통계오류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 오류를 보정한 수치는 제가 정리한바 있고,
보정 후에도 성평등 순위는 101위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통계는 3가지로 나눠서 했습니다.
징병제를 하지 않는 국가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
여성도 징병하는 국가
데이터는 3개를 이용했습니다. WEF 보고서, 퓨리서치센터 데이터, CIA 팩트북.
WEF 성차별 순위에 반영되지 않은 국가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에 통계오류는 있을 수 있습니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반영하려 노력했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 14개국 중 2개국이 WEF 보고서에서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에리트리아, 북한)
먼저 평균순위만 계산해봤습니다. (순위가 높을수록 평등합니다)
징병제를 하지 않는 국가: 성차별 평균순위 68위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 : 성차별 평균순위 75위
여성도 징병하는 국가 : 성차별 평균순위 92위
여성 징병 국가의 성차별 순위가 가장 낮게 나왔습니다.
불평등하다는 뜻입니다.
저는 여성도 징병하는 국가가 더 평등할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달랐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가 가장 불평등했습니다.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는 여성 징병 국가보다 평등했으며
아예 징병제를 하지 않는 국가는 징병제 국가보다 더 평등했습니다.
엑셀로 정리해본 징병제 국가 WEF성평등 순위. 최하위가 146위인데 145위까지 있다. 대체로 최하위권이다.
여성 징병제 국가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 같은 선진국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여성 징병제 국가에는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많았습니다.
말리, 차드, 베닌, 니제르 등등 .. 제가 알기로 이웃나라와의 분쟁이나 내전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들입니다.
여성인권이 높은 나라들이 여성을 징병할줄 알았던 제 생각과 달리
현실은 여성을 징병해야할 정도로 분쟁이 심한 국가들이 주로 여성을 징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WEF 성차별 순위를 세분화했을 때 나타났습니다.
여성징병국가들의 교육 성평등 순위는 평균 104위로 최하위권. 하지만 정치의 성평등 순위는 평균 62위로 굉장히 높다.
말씀드린대로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대체로 성차별 순위가 낮았고, (불평등했고)
교육 차별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WEF 성차별 보고서가 146개국을 대상으로 하는데
교육분야 성차별 순위는
여성 징병제 국가 12개 중 6개가 130위 밖이었습니다.
공동 1위인 국가가 2개나 있었음에도 평균 순위는 104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치 순위를 보면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스웨덴,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4개국을 제외하면 모든 국가가 100위 밖이던 교육 순위와는 달리
정치 순위에서는 12개국 중 11개국이 100위 이내에 들어왔습니다.
정치분야 평균 순위는 교육 순위보다 42위나 높은 62위였습니다.
가장 극단적인 케이스인 모잠비크의 경우에는,
교육 성차별 순위가 130위로 최하위권이었으나 정치에서는 8위로 최상위 성평등 국가였습니다.
쉽게 말해 여성징병 국가들이 정치 분야에서만큼은 더 평등했던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순위가 51위로(통계오류 보정 후) 상위권이었으나
정치순위는 88위로 하위권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교육에서는 평등했으나 정치에서는 불평등했던 것입니다.
하다보니 궁금해서 남성징병 국가들 전체를 대상으로도 통계를 돌려봤습니다.
남성징병 국가의 평균 성차별 순위는
교육 분야에서는 69위로 평균보다 높았지만,
정치 분야에서는 79위로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62위였던 여성징병 국가들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참고로 비징병제 국가의 평균 정치순위는 70위입니다.
정치 분야에서의 성차별 평균 순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여성 징병국가 62위 (가장 평등)
남성만 징병국가 79위 (가장 불평등)
비징병국가 70위
WEF 보고서에서는 총 4개 항목을 다뤘습니다.
정치/경제/교육/보건이고, 앞에서 다루지 않는 경제와 보건 분야 순위도 계산해봤습니다.
여성 징병국가의 해당분야 평균 순위는 경제 92, 보건 87위로 교육 분야와 거의 동일하게 하위권이었습니다.
참고로 WEF 성차별 보고서의 정치 분야 평가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인 모잠비크의 정치분야 성평등 점수. 국회의원은 여성이 43%를 차지했고, 장관(ministral position)은 여성이 더 많다.
결론입니다.
여성 징병 국가들은 대체로 WEF 성평등 순위가 낮았습니다. (양성 불평등)
WEF 성평등 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남성도 징병하지 않는 국가들이었습니다.
여성 징병 국가들의 WEF 성평등 순위는 낮았지만 세부항목인 정치 분야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았습니다.
남성만 징병하는 국가들은 정치 분야의 성평등 순위가 가장 낮았습니다.
평균적으로 여성 징병 국가들에서 여성의 정치적 위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eference)
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World Economic Forum.
제목 사진 출처 - Creator : Menahem Kahana. Credit : AFP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