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이제 곧 1년.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질 시기다.
그래서 나도 부동산에 갔다. 아내가 빨리 가자 해서.
(원래 부동산은 아내가 하자는대로 따르는게 맞다고 한다)
4달 전, 6월에 부동산 계약이 파토났다. 도장 찍기 직전에.
계약 직전, 30분 뒤에 부동산가서 도장찍기로 하고 점심먹는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가격을 천만원이라도 깎아보겠다는 부동산에서 전화가 오더니 하던 말.
" 집주인이 1억 더 올리겠다네요 "
안 그래도 비싼데 1억을 더올려? 장난해?
아내랑 같이 쌍욕을 내뱉었고, 바로 계약 때려쳤다.
그러고나서 바로 다음날. 규제 기사가 우르르 떴다.
6억 이상 대출 불가.
주변사람들이 축하해줬다. 전화위복이라고. 집값 다 떨어질건데 안 사서 다행이라고.
나도 기분이 좋았다. 사고 싶어도 못 사게 됐으니 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겠지.
하지만 왠걸. 시간이 지나도 가격은 그대로였다.
이미 집이 있는 친구한테 이 얘기를 하자 친구가 하는 말.
" 집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집값을 왜 내려.
어차피 사러 다시 올건데 "
난 겁이 많은 성격이다.
주식을 살 때마다 내려가는 경험도 해봤고, 코인으로 천만원 넘게 손해도 봤었다.
내가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것도 아니다. 학생 때부터 정치, 사회, 경제에 관심이 많아 책도 많이 읽었고, 내 경제지식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국경제 TESAT 시험을 치고 A를 받기도 했었다.
그래도 재테크는 경제 지식이랑은 조금 결이 달랐다. 특히 단타에서는 그랬다.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올라가고. 나는 작전세력의 꼭두각시인걸까?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그나마 미국주식 사둔건 우상향하긴 했다만.
" IMF때와 상황이 비슷한 상황이다 "
" 30년 전 일본 부동산 폭락때와 상황이 똑같다 "
부동산 사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굉장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맞는 부분이 많다.
IMF의 경우에는, 트럼프가 요구한 3500억달러를 현찰로 지급할 경우 외환보유고 상태가 97년도와 똑같아진다.
일본 부동산 폭락때와는 인구구조가 똑같다.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은 10년 전부터 있었다. 제일 설득력있는 부분. 그리고 GDP 대비 민간부채도 당시와 비슷하다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버블붕괴, 둘 다 실제 발생가능성은 없다.
정부 정책이 욕심의 통제에 집중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부분이 있다. 둘 다 너무 큰 후유증을 남긴 대사건이었고, 정부 정책 차원에서는 여기에 대한 대책을 준비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먼저, IMF와 비교해볼까.
97년 IMF사태는 외국에서 달러 빌려서 사업하는 기업이 달러 못 갚아서 생긴 일이다.
'대마불사'라는 말처럼, 크게하면 어떻게든 국가가 구제해준다는 믿음이 당시에 있었고
큰 빚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던게 IMF 이전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당시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유동성이 부족해졌고 (빌릴 달러가 다 사라졌다는 뜻)
기존에 달러를 빌려준 곳에서 대출연장을 안 해주겠다 해버리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달러도 거의 바닥난 수준.
빌린 달러 돌려달라해, 다른데서 빌릴 수는 없어, 정부도 빌려줄 달러 없어 ..
정부 입장에서는 돈 빌려준다는 IMF에 엎드려서 달러를 빌린 것이고
IMF는 달러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금리 급등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
급등한 이자 감당하려면 수익성이 높아야하는데,
수익성 떨어지던 회사들 돈 못 갚아서 망하게 해버리니 대량 실직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있는 물건, 없는 물건 다 팔아대며 아파트까지 파니까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게 된 것.
지금은 그 때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회사에서 큰 빚을 지지 못하게 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달러를 대신 빌려줄 수 있게끔 외환보유고를 일정액 이상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가 3500억 달러 투자 현찰요구에 정부가 그대로 응하면 외환보유고가 IMF 직전과 비슷한 규모로 되기는 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미국주식에 투자해놓은 달러자산(미국주식, 코인 등)도 당시보다는 훨씬 많고 환율도 유연한 만큼 당시 사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뭐 환율이 원당 1300원대에서 1700원대까지 올라가는 상황은 올 수 있을거 같다.
일본 버블붕괴의 경우에는, 가계고 기업이고 부동산 버블에 배팅, 쓰지도 않을 땅을 빚까지 내가며 마구 사들이는게 원인이었다. 부동산을 빚내서 사놨는데, 금리를 확 올려버리니 버블이 터지며 경착륙(쾅 하며 떨어진다는 소리) 그대로 경제가 무너져버린 것.
부동산이 아무리 높아도 경착륙 만큼은 피하려고 하는 것이 보수/진보 양당의 공통적인 스탠스.
부동산이 '급락'하는 것만은 좌/우 정부 모두가 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일부러 집값을 안 내리려 한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집값을 '많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내리는 것이다)
또, 대출규제와 토허제 등으로 빚내서 무리하게 집사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게 바로 25년 올해 6/17, 10/15 규제의 내용. 일본은 금리가 급등해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동산을 강제로 팔았던 사람이 많았는데, 우리나라는 금리가 급등해도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선에만 대출이 나온다. (최근 규제에 나왔던 '스트레스 금리'가 바로 그것. 10/15 규제에서는 금리가 지금보다 3% 올라도 감당이 가능한 경우에만 대출을 허용했음)
결론은?
한국의 대출규제는 붕괴할 버블 자체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버블 붕괴는 발생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투자'의 목적으로 부동산을 바라보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에 인구가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서울 부동산이 우상향 할것이라 말하지만
부동산 수요를 담당하는 20~70대 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결국 공급은 자동으로 이루어질 것, 결국 부동산 가치는 지금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부동산 폭락 상황 또한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오더라도 이명박/박근혜 때 처럼 서울아파트 장기 우하향 정도가 최대일 듯.
(물론 실질가격 하락과 무관하게 화폐가치 하락에 의한 명목상 가격 상승은 감안을 해야할 것이고)
다만 변수가 하나 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전문가들이 전문지식을 대중에게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예전 같으면 경험과 입소문으로 천천히 퍼져야할 '최적화 공략'이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점.
개인적으로 현 정부의 정책은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띄울 수 밖에 없는 정책이라 보는데
이를 예측한 사람들이 정권 초반에 우르르 부동산에 몰려서, 문정권때 같으면 5년간 올랐을 집값을 초반에 다 올려놓은것 아닐까 싶은 부분이다. 1년 안에 소폭이나마 조정이 오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