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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섯맘 Jul 09. 2024

신장 기증 수술하던 날

그날은 관장약 영향 때문인지 이른 아침 눈을 떴다.

수술 전날 관장약을 먹었고 그 이후,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신장 기증 수술하는데 관장약을 먹는 것이 의아해서 간호사 선생님께 질문했던 기억이 난다. 장기를 떼어낼 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약을 먹고 비워내는 거라고... 아침이 되었지만 여전히 뱃속이 불편했다.


나는 수술 시간이 8시였고, 남편  수술 시간은  8시 30분이라고 안내받았다.

시간차가 있다 보니 수술실에서 남편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아서 남편에게 화를 걸었다.

"여보, 드디어 수술하는 날이네. 우리 수술 잘 받고 만나~ 이식 수술 잘 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 그렇게 기다렸던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수술 시간이 가까이 오자 이송원 님이 휠체어를 밀고 병실로 들어오셨다.

"저는 걸어가면 되니까  휠체어는 타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수술실까지 이동해 드리는 거니까 휠체어에 타세요."

"네? 네~"  휠체어를 타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이송원 님이 말씀하신 대로 휠체어에 앉았다. 수술실로 향하는 이송원 님의 발걸음은 무척 빨랐다. 휠체어를 타고 주변을 둘러보니  출근하는 직원들, 진료받으러 온 환자들이 보였다. 그분들 사이를 가르며 지나가는 내 모습이 마치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나를 스치는 바람마저도 기분을 좋게 해 주었다. 하지만  언니는 내가 이동 중에라도 화장실을 가게 될까 봐 슬리퍼를 들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이송원 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수술실 입구에 들어서니 더 이상 보호자가 들어갈 수 없었다.

"00아, 수술 잘 받고 와."

"응~알았어... 걱정하지 마 언니."

다행히 좀 전까지 불편했던 뱃속은 편해졌다. 내가 탄 휠체어는 수술실 입구에  두 번째로 도착했다.

머리에 일회용 수술 모자를 쓴 간호사님들이 분주히 수술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대기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나보다 먼저 수술실에  도착하셨던 아주머니께서 말을 건네셨다.

"어디가 아파서 수술하시는 거예요?"

"남편에게 신장 기증해 주려고 수술해요."

"남편 살리는 좋은 일 하네요. 젊으니까 수술 잘 될 거예요"

"감사합니다."


나도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무슨 수술하세요?"

"폐암 수술해요. 초기래요. 건강 검진했는데 암을 발견했어요. 아프지 않고 건강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빨리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네요~ 치료하시면 되잖아요. 수술 잘 될 거예요.

제가 수술실 들어가면서 기도할게요."

살짝 긴장한 듯 보였던 아주머니는 많이 떨리신다고 했다. 수술실  입구에서 아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데, 마음이 울컥하셨다고...


나는  수술실로 이동할 때  아주머니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수술이 잘 되게 해달라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치료가 잘 되기를...  




아주머니와 이야기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수술 대기 환자가 순식간에 여러 명으로 늘어났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리 이동을 한다며 간호사님께서 문 입구 쪽으로 내 휠체어를 옮겨주었다.

옆자리에 계셨던 아주머님과 눈인사를 하고 나니 내가 탄 휠체어는 입구 쪽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앞만 바라보며 수술실로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사람은 바로...


.

.

.

.



"여보!"

남편은 나를 보고 놀랬다. 본인보다 먼저 수술실에 들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내가 바로 옆자리에 남편을 불렀으니 말이다. 간호사님이 자리 이동을 한다며 남편 앞을 왔다 갔다 할 때에도 남편은 긴장해서였을까? 나를 보지 못했었다.

"여보! 괜찮아? 떨려?"  

지금껏  덤덤했던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 보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여보! 걱정하지 마~ 내가 기도해 줄게. 수술하기 전에 당신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는 내 손보다 훨씬 더 큰 남편의 두 손을 꼭  붙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가 끝나갈 무렵,  남편 손이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내 귓가 너머로 "괜찮아요"라는 말도 들렸다.

나는 남편의 신호에 기도를 마치고 황급히 눈을 떴다.

주변에  많았던 환자들은 휠체어를 타고 소리 없이 사라졌다.


수술 대기 환자들이 하나둘씩 이동할 때에도 두 분의 간호사님은 우리 부부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던 것이다.

그분들의 배려와 뭉클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각자  다른 수술실로 이동하였다.


아무 말 없이 우리가 기도를  마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줬던 두 분의 간호사님...

"괜찮아요."라는 따뜻한 말이 생각나는 밤이다.

이 글을 통해 간호사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부디 이 마음이 그분들께 전달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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