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전남 마을기록 교육을 받았습니다. 전남마을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었지만 감사하게도 일반인이었던 저에게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 시간에는마을과 관련된 다양한 강의도 듣고 글 쓰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교육생들은마을과 관련된 글을 한편씩 작성하였고,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교육생들이작성한 글을 직접 발표해 보는 시간도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들이모여 " 마을을 비추어봄 "이라는 책자로 발간되었습니다. 책자에 실린 원문을 그대로 올립니다.
ㅇㅇ면의 쉼터, 팽나무
추위가 물러가지 않아 몸이 움츠러들었던 1월 어느 날, 농촌 유학 오게 될 00초를 방문하는 날이었다. 아이들은 기대감과 설렘을 가득 안고 학교에 도착했다.
우리 가족을 가장 먼저 반긴 건 거대하면서 우뚝 솟아있던 팽나무였다.
학교 주차장에 내리자마자 학교 건물보다도 팽나무가 눈에 띄었다.
“우와” “이 나무 정말 큰데요?”
아이들의 감탄 소리는 농촌 유학 생활의 기대를 담은 신호탄 같기도 했다.
우리 가족은 개학식 일정에 맞추어 이사를 했고, 농촌 유학을 왔다.
팽나무의 웅장한 자태는 여전하다. 팽나무는 어느 순간 연둣빛 색을 내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게 나뭇잎이 무성해졌다.
팽나무에 대해서 알려줘
나는 문득 팽나무의 역사가 궁금했다.
00면 00 마을, 00 초등학교 안에 있는 팽나무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했다.
팽나무는 2009년 10월 27일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소재지는 00면 00 280이며, 00면과 00 초등학교에서 관리하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 수령이 280년이었으니 현재 팽나무는 300여 년 가까이 됐다. 무려 20m의 크기에 나무둘레는 1.7m 총 4그루의 나무가 둥글게 모여 있는 형태이다. 학교건립 이전부터 식재된 나무로 그 연혁은 알 수 없으나 옛날엔 마을의 쉼터로 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학교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학교 안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학교의 또 다른 주인 팽나무.
아니 학교가 세워지기 이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으니 팽나무가 이곳의 주인 아닐까?
매일 팽나무와 마주하는 선생님들은 팽나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팽나무를 대하는 저마다의 생각들
교장 선생님께 팽나무의 첫인상을 여쭤보았다.
“거대하고 웅장했어요. 학교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학교 교정 안에 팽나무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00초 안에 있는 팽나무는 어떤 존재일까요?”
“팽나무는 00면의 상징, 마을의 상징일 것 같습니다. 00 마을 안에 있지만 00 마을만의 팽나무가 아닌 00과 00 마을의 공간인 것 같아요. 팽나무는 지역의 공간이면서도 학교의 공간입니다. 학교도 지역 마을의 구심점이라고 생각해요”
교장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신중하면서도 차분하게 말씀을 하셨다.
농촌 유학 담당 선생님은 팽나무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팽나무는 학교와 어우러져 있으며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쉼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무척 잘 어울리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또 팽나무를 처음 봤을 때 저 나뭇잎은 누가 다 치우지?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선생님의 솔직하고 유쾌한 답변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곤 다시, “팽나무는 학교에 쉼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쉬어가는 공간, 추억을 쌓는 공간, 그리고 동네 개도 쉬어가는 곳이죠. “
“하하하~! 재밌네요! 동네 개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동네 개들이 자주 찾아와서 경찰차가 순찰하면서 쫓아내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자주 내쫓지만 자꾸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곳은 아이들이 학습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담임을 맡아서 수업했을 때에는 팽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들과 수업을 많이 했어요.”
그렇다. 팽나무는 사람들도 동물들도 자유롭게 찾아오는 곳, 학교의 쉼터이자 학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00초에서 4년 차 근무하고 계시는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팽나무는 00초의 상징이며, 반은 팽나무가 학교에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팽나무는 ‘학교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팽나무를 보면서 사계절을 느끼고
있어요. 팽나무의 전경은 전남에서 손으로 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팽나무가 300여 년 정도 오래되었듯이 00초도 오랫동안 남기를 소망해 봅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팽나무 학교로 농촌 유학을 와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만 바라봐도 참 행복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지금은 작은 학교가 되어버린 00초가 폐교가 되지 않기를 소망했는데... 선생님의 소망과 나의 소망이 맞닿아 있었다.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 모두의 바람이지 않을까?
00초의 또 다른 주인공인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00초 유치원을 거쳐 00초를 졸업한 중학생 2명과 작천초 6학년인 아이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팽나무를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지켜봤을 텐데, 팽나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해요.”
“팽나무는 학교에 어떤 존재인 것 같니?” “팽나무는 00초의 친구예요.”
중학교 1학년인 아이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답변을 했다.
중학교 3학년인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제법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나갔다.
“팽나무는 계절이 변할 때마다 특색이 있어서 예뻐요. 학교와 잘 어울리고, 여름이 제일 예쁘다고 생각해요. 학교의 상징이 초록색이자 동백꽃인데 그것과 어울려요.”
“그럼 팽나무는 학교에 어떤 존재일까?”
“팽나무는 학교와 함께하는 역사예요. 학교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팽나무는 그 자리에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지키고 있어요. 또 우리들에게 팽나무는 안식처예요.”
이렇게 팽나무는 아이들에게 친구이자 안식처인 특별한 존재였다.
마지막으로 00초 전교회장인 학생의 답변을 들어보았다.
“팽나무를 보면 웅장해요. 그리고 이런 나무가 학교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팽나무는 힘들 때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힘들 때 이곳에 오면 마음을 비울 수 있어요.” 아이의 마음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니 뭉클해졌다. 우뚝 솟은 팽나무처럼 당차 보였던 아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순간이었다.
“또 더울 때에는 팽나무에 나와서 공부할 수 있어요. 예전에 미술 시간에 에어컨이 고장 났었는데, 팽나무에 나와서 팽나무 그림을 그렸던 생각이 나요.”
00초 안에 있는 팽나무는 사람들에게 쉼터,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팽나무는 00면과 00 초등학교의 역사를 함께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과 선물을 주었다. 세월은 변해도 팽나무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년 사계절의 변화를 만들어내며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사람들도 팽나무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