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건 괜찮은데 가볍진 않았으면 좋겠어.
-사랑이 흔한 건 괜찮은데, 가볍진 않았으면 좋겠어.
오랜만에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내린 커피 그 위로 섞인 그녀의 한숨과 푸념거리. 얼마나 말해도 선명하게 그려질 리 없는 시간을 주고받던 둘은, 따가운 사랑얘기에 픽픽 웃다가 푹푹 꺼지는 한숨만 주고받는다. 언젠가, 나름 안정적인 요즘을 보내고 있다며 자부하던 그녀는 오늘. 까만 물을 삼키기보다 그 위에 한숨을 내리기만 하고 나는, 뻐근해지는 목 뒤를 어루만지다 실없는 농담만 몇 가락 툴툴거리는 중.
-흔하면 가벼워지던데요. 뭐든,
-알긴 아는데 그래도.
마음먹은 단절에 앞서, 지속에 의문을 품은 그녀의 한숨. 가만가만 이야길 늘어놓다가 역시 아무것도 모르겠다던 그녀는, 다 식어버렸을 커피를 둘하고 세 모금 연달아 이어 마셨다.
그러면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냐는 때가 늦어도 한참 늦은 물음을 떨어트리는데, 그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는 나는 그저 얄팍하게 남아있는 머그잔 속의 까만 물이나 마저 털어 넘길 뿐. 그런 걸 나한테 물어보면 어쩌자는 되물음이 혀끝까지 올라왔는데, 입안에 소심하게 머금고 있던 까만 물을 삼키며 밀어 넣었다.
쓸모없이 머뭇거리는
외사랑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근데, 너는 연애 안 해?
-생각 없어요.
-거짓말, 누구 하나쯤 있을 거 아냐.
-그럴 깜냥도 못 되는데 무슨, 연애는 무슨.
-꼭 능력이 좋아야 하나?
-그런 건 아는데에 누나 보니까 더 못하겠는데요.
-얘는, 사람 놀리는 거만 더 늘었어
끌끌, 실없는 웃음으로 나를 가리고 조금 전에 당신이 흘려둔 말을 곱씹는 중. 잔머리와 낙담 아닌 의미 없는 물러남. 수분 말라가는 머그잔을 힐끔 내려 보다가 마음에도 없는 몇 마디를 던진다.
그냥, 머리 아프고 열받아도 계속 만나요. 만나느라 생기는 문제가 아무리 많더라도 당장 없는 것보단 나을 걸요. 당장 헤어지고 나면 마음이야 후련할지 몰라도, 그거 얼마 못 갈 거예요. 연애가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좋다 말다 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누나는 아무튼 뭐, 지금 그러니까, 잘하고 있는 거라고요.
마음엔 하나 없는 말들.
무슨 방언이라도 터진 듯 잘만 나오는
마음에도 없는 말들에
아까보다 더욱 환히 웃어주던 그녀는:
-위로해 주는 거야?
-아뇨. 위로였으면 담밸 줬겠죠.
-난 담배 못하는데.
-그러니까 주는 거죠.
실없는 농담
나도 나를 모르겠다 그저,
당신이 흘린 말이나 또 한 번 곱씹는다.
사랑이 흔한 건 괜찮은데, 가볍진 않았으면 좋겠어.
마음 없는 위로
그 위로 빙빙 돌고 돌다가 멀리
돌아가는 마음
갈 곳 없는 마음, 미로
_2022.05.15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