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따윈 없었을 애정마저도 빚진 듯해,
네가 없음에 얼마쯤 슬퍼하다 얼마쯤 괴로웠어도, 세상일이란 게 무릇 그러하듯 요즘은 깨나 보통스러운 날만 이어진다. 때가 어긋나 시들어버린 우리의 날들: 그런 날들을 깔끔하게 모두 비워냈다는 말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마냥 시달리지만 않는 정도.
딱 그만큼의 보통이 홀로 걷는 어제와 오늘에 머물러주고 있지. 홀로 소비한 어제와 홀로 소비되는 오늘, 너와의 하루는 유통기한이 끝나 폐기된 지 오래.
더는 예전처럼 아쉬운 일도 없고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있을 수 없다. 말하자면 짙은 체념, 아니 어쩌면 시간에 메말라 얕아진 미련일까. 새로운 감각이라고는 일절 없이 잘만 타들어가는 담배라든가, 시간 지날수록 지독한 버릇이 돼 맛을 모르게 된 커피 같은 감정들로 살아간다. 또 이렇게 그냥저냥 소비되는 오늘내일이다.
깨나 보통스러운
나날만 이어지고 있다.
이별이라 이름을 지어 붙여보면 그럴듯해 보이는 날들, 여름감기처럼 시름시름 앓아눕던 그런 날들에선 꽤 멀어졌는데_ 이렇게 돼버린 만큼 딱 그만큼씩 익숙해졌고, 더는 막연한 감정으로 말미암아 얼간이처럼 멍해지지도 않게 됐다.
불현듯 떠올라 문득 서글퍼진대도, 어차피 여기로 오지 않을 너를 알아 하던 거나 마저 하지. 그러다가 이따금씩 이도저도 아닌 때라면, 익숙하다 못해 질릴 지경인 담배나 씹어 태우며 여기엔 이유가 없단 걸 깨닫는다. 그토록 멀어진 너의 걸음이 멈출 곳이 내가 될 수 없음을 깨단한다. 이딴 식으로 뒷맛이 텁텁한 사실만 깨닫고 또 깨달아, 짧은 서글픔과 얕은 미련은 모두 보통이란 그늘 아래 감추고 산다.
말끔히 비워내지 못하고 감추기만 한다.
사실은 아직도 아쉬운 게 많아 감출 수밖에 없다. 만약을 덧붙여서 그려낸 너와의 내일, 얼마쯤은 괜찮은 기분이었을 내일에 엉키는 아쉬움이 아니다.
내일에 엉킨 걱정만 채워진 지갑으로 네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향한 후회. 주고받는 마음엔 대가 따윈 있을 리 없다지만, 받은 만큼 건네줄 게 마땅찮았음에 대한 슬픔. 깨나 보통스런 오늘에도 너를 떠올리는 이것은: 못난 형편에 모난 마음을 갖고 살던 스스로에게 뻗치는 환멸어린 아쉬움이다.
그 시절, 나는 너와 함께하는 하루마다 깊어질 수 없었다. 이어지는 하루마다 감출 것만 늘었고 모난 마음은, 그토록 감추려 애썼던 밑천만 드러냈지. 밑 빠진 독은 인내와 성장을 모른다. 때문에 사랑조차 몰라 이리저리 시달리듯이 애쓰기만 할 뿐이었지.
유통기한 따윈 없었을 애정마저도 빚진 듯해,
밑천이 드러난 처지만 탓했다.
너로 말미암아 내일을 바라봐야 했을 텐데_
밑천이 드러난 마음과 처지에 얽매여있었지. 그래서 그런 걸까, 깨나 보통스런 오늘에도 나는 너를 떠올리고, 짧은 서글픔과 얕은 미련은 모두 보통이란 그늘 아래 감추고 산다. 어찌 비워낼 수 없어 감추고 보통스러운 오늘을 견뎌낸다.
때가 어긋나 시들어버린 우리의 날들:
너와의 하루는 유통기한이 끝나 오래전에 폐기됐다. 더는 예전처럼 아쉬운 일도 없고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있을 수 없다. 때문에 뒤늦게 체념하겠다는 다짐은 멋쩍고 진작 메말라 이만큼씩 얕아진 미련은 객쩍다. 어디까지나 보통, 다른 무엇을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다만 보통이어야만 하는 오늘이 됐지.
말하자면 그냥저냥 배급받고 그냥저냥 소비되는 오늘이어야만 할 텐데_ 막연히 망연히 아무런 가망도 없는 소망이나 품다가 절망한다. 익숙하다 못해 질릴 지경인 담배나 씹어 태우며, 여기엔 이유가 없음만을 깨단해서 고갤 숙여버리지. 여기엔 이유가 없음을 배급받는 오늘마다 깨닫는다.
그토록 멀어진 너의 걸음이 멈출 곳이 내가 될 수 없음을 깨단한다. 이딴 식으로 뒷맛이 텁텁한 사실만 깨닫고 또 깨달아, 짧은 서글픔과 얕은 미련은 모두 보통이란 그늘 아래 감추고 산다.
말끔히 비워내지 못하고 감추기만 한다.
밑천 드러난 처지를 향한 환멸조차 사랑이었다.
_2022.08.29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