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를 참을 수 없어 여기까지 외면했지
길거리 바닥에 붙어 차마 볼 수 없는 더러움처럼
난 네게서 자유롭고 싶어 널 이해하려 들었지만
너무 쉬운 말도 난 이해 못 해 내가 누굴 이해할까
도망치는 건 이미 수준급 너와 함께 할 아침이 싫지만
오늘도 널 따돌리는데 실패하고 네 품에 안겨 잠들겠지
넌 내가 가는 곳은 어디라도 따라오며 증명했지
꿈속이라도 아침이 와도 알 수 없는 두려움처럼
이제 너 그만 만나고 싶어 널 위로하려 들었지만
내 노래조차 날 위로 못해 내가 누굴 위로할까
도망치는 건 이미 수준급 너와 함께 할 아침이 싫지만
오늘도 널 따돌리는데 실패하고 네 품에 안겨 잠들겠지
개인적 갈등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접근-접근 갈등
대안들이 모두 마음에 들지만 양립할 수 없는 목표로 인해 불가피하게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의 갈등
- 개인 갈등중 가장 단순한 갈등 유형
*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접근-회피 갈등
어떤 대안이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한쪽으로 끌리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끌리지 않는 경우
-결혼을 할까말까?
*긍정측면(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함)
*부정적측면(결혼비용, 기혼자로서의 역할)
회피-회피 갈등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하지만 모든 대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경우에 생기는 갈등
* 공부도 하기 싫지만, 그렇다고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불이익도 받고 싶지 않을 때 겪는 갈등
김사월님의 새에서는 접근-회피 갈등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접근'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마도 '너'에 대한 사랑일 것이고, '회피'에 해당하는 부분은 내가 아직 누군가를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도망치는 건 이미 수준급이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도 있듯이 나는 '너'에게 붙잡히고, 네 품에 안겨 잠이 듭니다. '우리는' 서로를 참을 수 없었으니 상대방도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비슷한 종류의 우유부단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회피형과 회피형의 만남은 Lose - Lose 게임입니다. 긴장과 갈등을 덮어놓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내 입장을 먼저 세우면 Win - Loes구조로 내 입장을 지킬수는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지킬 수 없습니다. 이는 '이제 너 그만 만나고 싶어 널 위로하려 들었지만'이라는 가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닙니다.(또한 나는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무조건 수용하게 되면 Lose-Win이 되긴 하지만, 이는 나의 괴로움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이제 타협 또는 협력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습니다. 어쩐지 가능할 것 같지 않습니다. 가사에서 너와 함께함으로써 느껴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쩌면 네가 아닌 '나'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 상대방과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연인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나'에 집중된 이야기입니다. '도망치는 건 이미 수준급'이라는 가사가 참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