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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20. 2021

큐플릭스 - 태양의 서커스 Part.4

(연재소설/판타지/웹소설) 이곳에 출입한자 모든 것을 잊을것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27 





  연습을 끝낸 미트라는 단장실로 향했다. 계약을 마무리하고 퇴직금을 정산할 요량이다. 땀에 젖은 타이즈 차림에 어깨끈 아래로 드러난 등 근육이 갓 사냥을 끝낸 암사자를 연상시켰다. 호흡은 안정적이었지만, 단장실 문고리를 잡는 순간만큼은 심호흡이 필요했다.


  단장은 기른 수염을 어루만지며 미트라를 바라보았다. 테이블에는 퇴직 일시금과 퇴직수당, 실지급액까지 명료하게 제시된 한 장의 서류가 있다. 미트라가 공연을 마치는 대로 그녀의 통장에 3만 5,114,32달러가 지급된다. 미트라가 사인을 마치자 단장은 포식을 마친 수사자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미트라는 단장의 새 애인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 새끼 고양이 같은 아이가 이곳을 온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단장은 단원 그 누구에게도 본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작게는 벨트에 권총을 차고 다닌다든가 동물을 길들일 때나 쓸법한 채찍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 성적 취향이 확고하다는 것과 발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정도. 미트라는 스물둘이 넘어서야 자기 숙소를 가질 수 있었다. 꾸준히 줄타기를 연습한 덕이었다. 단장은 수시로 애인을 바꾸었는데, 그녀들 중 서커스단에 남은 여자는 미트라 밖에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단장의 새끼고양이가 아니다.


  아이들은 자꾸 줄어들었다. 서커스단의 그 누구도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미트라는 화물칸에 놓인 드럼통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았다. 아이들이 줄어들수록 드럼통은 늘어났다. 알록달록한 유조선은 큰 항해가 있을 때면 바다에 드럼통을 내다 버렸다. ‘아이들에게 꿈을’ 배에 쓰인 문구다. 미트라는 단장의 ‘사업상 지인’이 어떤 부류인지도 알았다. 그들은 대개 고아원과 이어진 브로커를 말했다.


  단장은 두툼한 손으로 아스테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껏 위축된 얼굴로 미트라를 올려다보는 아스테이아를, 미트라는 외면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미트라는 단장실 문을 나서며 되뇌었다. ‘이곳에 출입한 자 모든 것을 잊을 것.’ 단장의 말이다.


  허기가 몰려왔다. 미트라는 냉장고를 열어 먹을 것을 찾는다. 은퇴를 앞두고 식단을 신경 쓸 리 없었다. 편의점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내키는 대로 사두었다. 차가운 통조림 하나가 손에 잡혔다. 익숙하게 통조림을 깐 미트라는 둥둥 뜬 채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골뱅이를 보는 순간 참을 수 없는 토기를 느꼈다. 화장실에서 몇 번이나 구역질을 해야 했다. 미트라는 거기서, 아스테이아를 본 것 같았다.




예고편 : 나는 유라가 서커스단에 오게 된 사연을 듣는다. 유라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전한다.


다음화 링크




https://open.kakao.com/o/s5iB5T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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