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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21. 2021

큐플릭스 - 도이 Part.3 던전앤 드래곤

(연재소설/청소년문학/웹소설)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34



  2주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조차 이제는 지친 모양이었다. 온종일 비공개 블로그에 우울한 글을 끼적거렸다. 우울하고 비참했다. 더 이상 이집에서 살 수 없 다는 생각에 미쳤을 때, 통장을 쥐고 떡볶이 코트를 챙겨 입었다. 문을 여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던전 앤 드래곤’이 생각났다. 삼촌의 구형 엑스 박스로 했던 게임, 삼촌은 칼과 방패를 든 전사 를 나는 로브를 뒤집어쓴 마법사를 플레이하곤 했다. 같이 용을 잡았을 때, 그 희열을 기억한다. 이제는 전부 혼자 플레이해야 한다.


  오백사십 이 만원이 통장에 찍혔다. “오백 사십 이 만원....” 주문서에 스펠을 읊듯 통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직방에 보증금 500만원을 설정하고 주변을 검색했다. 월 20만원부터 45만원까지 월세방이 주르륵 잡혔다 ‘역세권*버세권 깔끔하고 반듯한 풀옵션 원룸’을 클릭하자 화장실 딸린 작은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방은 생각보다 좁았다. 사진 속 희고 깔끔한 벽지는 그사이 부식이라 된 것인지 누리끼리했다. 화장실엔 곰팡이가 끼어있다. 부동산 아저씨는 이런 조건이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햇빛이 잘 든다며 창문에 손을 대자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방은 마음에 드세요?”


  “네? 네에....”


  보증금과 월세가 빠져나가자 십 이 만원이 남았다. 나는 떡볶이 코트를 입은 채 방에 대짜로 누워 낯선 천장을 바라보았다.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한 손에는 껍데기만 남은 통장이, 다른 한 손에는 계약서가 담긴 봉투가 들려있다. 반쯤 열린 창문에서 눈이 새 들어왔다. 뱃속이 뻐근하게 아려왔다.


  난방은 취약했다. 글을 쓰긴 커녕 낙서조차 할 수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몸은 자꾸 말라갔다. 친구들은 소공녀니 공주 놀이니 하는 말로 속을 뒤집어 놓았다. 삼촌이, 삼촌이 너무 보고 싶었다.


  평택으로 가는 버스 안, 떡볶이 코트에 헤드폰을 쓴 채 의자를 젖혔다. 앨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가 흘러나온다. ‘당신이 더 이상 원하지 않는 사람들, 압박하고 밀치고 당신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멈추게 할게요.’ 부드러운 목소리에 잠이 쏟아졌다.


  계절은 변했지만 나는 고정되어 있었다. 마음속에서는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었다. 눈만 무심하게 내리고 쌓여다. 발목이 시리다. 기억과 감각이 무채색으로 가라앉는다. 내리는 폭설에 한 치 앞도 보이지가 않았다.


  수목원은 제설에 여념이 없었다. 상록수로 들어찬 공원은 부자연스러웠다.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차림을 한 모양이다. 삼촌의 정원을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눈치챌 수 있는 부조화였다. 오래 앉은 탓인지 발걸음이 불안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안짱걸음으로 걷는 나를 고친 답치고 한동안 ‘큰 걸음’으로 걷게 했다. 팔을 구십도 까지 올리고 준비운동 하듯이 크게 걷는 걸음이다. 사소한 것부터 상처다. 최대한 발에 힘을 주고 걸었다. 한 발짝 한 발짝, 호흡이 희미하게 거칠어질 즈음 나는 삼촌의 나무에 닿았다. 삼촌의 기일이었다.




예고편 : part.4 초체


삼촌의 기일, 도이는 삼촌의 묘지에서 장례식장에서 본 여자, 초체를 만난다. 


  "서울 살아? 갈 거면 터미널까지 태워다주고"

  초체는 도이에게 손을 내민다.


다음화 링크




https://open.kakao.com/o/s5iB5T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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