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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24. 2021

큐플릭스 - 환생 Part.5 여선의 수업료는

미스터리/스릴러/웹소설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0




  베를린 시내 다섯 곳에서 총격과 자살폭탄 테러가 있었다. 공원과 광장, 시장과 극장에서 총 130명이 죽었다. 부상자는 세배였다. 총책은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IS 출신으로 5일 후 독일 경찰특공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한 명은 국경을 넘나들며 천 킬로미터를 도주했다가 이 탈리아에서 체포되어 압송되기도 했다. IS는 공식 성명을 통해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임을 인정했다. 이민 가정 출신의 젊은이와 난민 틈에 섞여 들어온 IS 대원도 주범에 포함되었다. 전문가는 IS가 현지의 소외된 청년들, 이른바 ‘외로운 늑대’를 포섭해 테러에 이용하고 있다고 경 고했다. 경비가 강화되고 국경은 문을 걸어 잠갔다.


  아말도 그날 경찰에 연행되었다.


 




  여선의 배에 손을 올렸다. 옆구리에 작은 흉터가 느껴졌다. 아물어가는 흉터는 선명한 분홍 색이다. 여선은 작은 손으로 내 어깨를 훑었다. 어깨에서부터 등, 팔과 가슴, 흉터가 있는 곳마다 그녀의 손이 닿았다. 계피 향이 났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나와 함께 퇴원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누워있는 내 옆에 앉아 흉터를 내보이며 비키니는 다 입었다는 둥 애써 밝은 척을 해 보였지만, 그 눈빛을 보고 있으면, 아말 생각이 났다.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나는 펜을 쥐고 오늘 꾼 꿈을 기록했다. 벌써 네 권 째다. 얼마쯤 작문을 끝냈을 때 여선은 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어린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몸을 숙여 노트를 바라본다. 그녀의 옆모습과 체취에도 격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한없이 그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여선은 말없이 돌아서서 오디오에 CD를 넣었다. 진공관이 예열되고 곧 베토벤이 재생된다. 여선이 생일날, 아말 에게 선물했던 CD였다. 침대 한 쪽에 걸터앉아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 아말과 꼭 닮았다.


  수사를 담당한 형사는 매일같이 찾아오는 내가 귀찮았는지 녀석이 단순한 난민 출신이 아 닌, IS 소년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나이도 출신도 이름도 속였음은 몰랐다. 알 수 없는 동질감의 정체와 마주한 듯했다. 면회는 불가능했고 당국에서는 추방까지 염두 할지 모른다는 말이 전해졌다.


  “내년에 한국으로 돌아가려구요.”


  여선의 표정이 어둡다. 그녀는 내가 들을 자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담담하게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는 노트에 그녀의 이야기를 적었다.


  백화점과 지하철은 여선의 전부였다. 독어 독문과를 졸업하고 취직한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팔았다. 그나마 주홍빛 온기를 주던 가스등은 형광등 빛을 내는 LED로 교체되었고 도시는 한 층 더 밝아졌으나 여선에게 어떤 온기도 주지 못했다. 화장한 얼굴이 지하철 좌석 맞은편 창 문에 비친다. 여선은 웃고 있다. 머릿속은 텅 비어있다. 피로가 몰려왔다.


  그럼에도 여선은 쉽게 잠들지 못했다. 공들여 화장을 지우고 다리를 마사지한다. 하지정맥 류에 걸렸다는 사수의 이야기를 상기하면서, 아무리 피곤한 날에도 영화는 꼭 한 편씩 보곤 한다. 칙릿. 혹은 유럽 영화도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질려가던 차였다. 무의미한 웹서핑을 하 다가 문득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선의 원룸 앞에는 하천이 흘렀다. 문득 림마트 강에 비친 달이 떠올랐다. 독문과 졸업 기념으로 다녀왔던 독일 여행, 면세점에서 구매한 샤넬이 10평짜리 원룸 한구석에 영롱한 빛을 발한다. 눈물이 났지만, 입은 여전히 웃고 있다. 그 소름 끼치는 표정이 싫었다. 여선은 다음 날 샤넬을 들고 도망치듯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선이 한국으로 돌아가던 날 그녀의 계좌에 수업료를 입금했다. 아말의 몫과 퇴직금을 포함한 적당한 금액이었다. 도망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함께 가자는 그녀의 제안은 거부했다. 무덤을 파헤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제 아인과 함께 아말을 기다린다.


 


 

  예고편 : part. 6 기나긴 목소리 


  나는 다시 끔직한 악몽을 꾼다.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깬 나는 아인과 함께 그를 마주한다.


다음화 링크




https://open.kakao.com/o/s5iB5T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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