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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 Jun 24. 2021

큐플릭스 - 환생 Part.6 기나긴 목소리-완-

미스터리/스릴러/웹소설

처음부터 보기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0




  남자는 칼날이 오가는 틈 사이를 피해 가며 건반을 눌렀다. 쇼팽을 치는 듯했다. 손가락이 하나씩 잘려나가고 그 위로 건반 덮개가 떨어졌다. 뱃고동 소리 같은 비명이 들렸다. 남자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피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피아노와 함께 타오른다. 붉게 무너지는 모든 틈 사이에서 참을 수 없는 냄새가 피어올랐다. 붉은 액체가 흘러넘쳤다. 금속성의 불쾌한 냄새가 와인 향과 섞여들었다. 불길은 나에게로 번져왔다. 손가락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 손가락을 중심으로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구멍은 점점 커지고 풍경들 이 유화처럼 뭉개졌다. 나는 그 구멍 속으로 튕겨 나갔다. 


  비명과 함께 잠에서 깨었다.


  아인이 내 손가락을 물어뜯고 있었다. 내가 일어나자 곧장 침대에서 내려와 짖는다. 오디오 진공관이 무드 등 같은 빛을 발했다. 아인이 거실로 달려나갔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말의 뒷모습이 보였다. 도망쳐 나온듯했다.


  “다가오지 마세요.”

  돌아보는 아말의 눈빛이 차갑다.


  멈춰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월광 덕분에 상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금고문이 열려있었다. 탁자에 알루미늄 케이스가 열려있다. 내가 한 발짝 다가가자 아말이 권총을 겨눴다.


  “이제 다 끝났어요. 추방이에요. 더 도망칠 곳은 없어요.” 


  “맞아 다 끝났어.”

  나는 자세를 낮춰 보였다. 아말은 총구를 내린다.


  “아니에요. 저도 똑같은 놈이에요. 당신은 제가 불쌍하고 순진한 놈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틀 렸어요. 제가 어떻게 금고를 열 수 있었는지 말해줄까요? 당신이 자고 있을 때면 몇 번이고 시도했어요. 문을 열고 생각했죠. 봄이 오면, 거기있는 돈을 가지고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미안해요. 용서해주세요.”

  아말의 눈가가 빨갛게 물들었다.


  “자꾸 생각나요. 제게서 도망치던 사람들의 눈빛, 비명소리, 시체들…. 경찰에 연행되면서 생각했어요. 이젠 그냥…. 다 끝났으면 좋겠어요.”

   말을 마친 아말은 권총을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 아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 그런 동작이 가능했는지 스스로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튀어나가듯 아말에게 접근해 양손을 교차시켰다. 왼손에 권총 슬라이드가, 오른손에 손잡이 아래가 닿음과 동시에 권총이 내 손에 쥐어졌다. 탄창을 내리고 슬라이드를 젖혔다. 탄알이 튀어 올랐다. 모든 동작은 한 번에 이루어졌다. 권총을 버리고 아말을 끌어안았다. 등까지 고동 소리가 울렸다. 살아있음을 느꼈다. 따뜻했다.




  새벽 다섯 시, 방송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염불 같기도 하고 타령 같기도 한 낯선 노래가 들려왔다. 자주 듣자니 낯선 노래도 제법 들어 줄만 했다. 내가 경계를 서는 동안 아말은 자물쇠를 만졌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아말은 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곳에서 어리고 둥근 눈들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을 데리고 돌아가는 길, 동이 트면서 붉은빛이 돌았다. 얼마쯤 걸었을 때 뒤에서 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아말은 소총 손잡이를 움켜쥐곤 뒤를 돌아 보았다. 탁한 총성이 노랫소리를 찢어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0

2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1

3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2

4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3

5편 링크

https://brunch.co.kr/@qrrating/244

6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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