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누구나 계획이 있다, 맞아 보기 전까지

by 허블

마이크 타이슨의 너무나 유명한 말이 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우리도 각자 나름의 멋진 계획을 품고 인생의 링 위에 올랐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면 불안은 끝날 거야.”

“성실하게 일하면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세상도 나에게 다정할 거야.”

“멘탈을 단단히 단련하면 어지간한 파도에는 흔들리지 않을 거야.”


하지만 현실은 냉혹한 스파링 파트너였다. 인생은 예고도 없이 글러브를 끼고 나타나,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우리의 가장 약한 부위들을 가격했다. 허벅지와 옆구리와 심장이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로우킥, 리버샷, 스트레이트, 카프킥, 암바, 취권, 하트브레이크 펀치. 우리는 수도 없이 맞았다. 멍이 들고, 뼈에 금이 가고,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그때마다 처음 품었던 그 반짝이던 계획들은 조금씩 구겨지고 찢겨 나갔다. 어떤 건 수정액으로 지워지고, 어떤 건 아예 다른 종이에 떨리는 손으로 다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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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신에게 “한 대도 안 맞고 사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다. 단언컨대, 그런 비법은 이 세상에 없다.

살아 있다는 건 필연적으로 상처받는다는 뜻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실망하고, 경쟁에서 밀려나고, 스스로 세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자책하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다. 링 위에 선 이상, 주먹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종류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나는 절대 다치지 않겠다”는 오만한 계획 대신,

“나는 다치더라도 어떻게 회복할지 미리 준비해 두겠다”

는 현실적인 계획을.


“나는 절대 쓰러지지 않겠다”는 무모한 계획 대신,

“쓰러지면 누구에게 기대고, 어디서 숨을 고르고, 어떻게 다시 일어날지 미리 생각해 두겠다”

는 다정한 계획을.


이 책에서 우리는 수많은 격투기 기술의 이름을 빌려왔다.


반복되는 일상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해 ‘로우킥’을, 갑작스러운 트라우마를 위해 ‘리버샷’을, 뼈아픈 팩트폭행을 위해 ‘스트레이트’를, 비교 사회의 통증을 위해 ‘카프킥’을. 그리고 빠져나올 수 없는 관계를 위해 ‘암바’를, 회피와 실연의 아픔을 위해 ‘취권’과 ‘하트브레이크 펀치’를 불렀다. 8가지 방어기제와 관계의 파이팅 스타일들도 링 위로 불러냈다.


이 모든 복잡한 단어들은 결국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동원되었다.


“당신이 맞았다는 사실을,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자기 자신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서.”

“내가 약해 빠져서 이렇게 된 게 아니구나. 이 정도 강력한 기술에 걸렸으면, 누구라도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거구나.” 이 사실을 당신의 뇌와 심장에 납득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무릎을 탁 쳤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 내가 겪은 게 바로 로우킥이었구나.”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리버샷 급소를 맞은 거였네.”

“내가 습관처럼 하던 이 행동이 실은 나를 지키려는 방어기제였구나.”

“나는 늘 회피형인 줄 알았는데, 이 관계에서는 경쟁형으로 싸우고 있었네.”


이건 단순한 이름 붙이기가 아니다. 이름이 없을 때, 고통은 ‘나라는 존재 전체의 결함’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고통에 정확한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내 삶의 한 조각’으로 작아진다.


“내 인생 전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이 기술이, 이 스타일이 나를 힘들게 했구나.”


이 정도 거리두기만 가능해도,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덜 잔인하게 자기 자신을 다루게 된다. 스스로에게 로우킥을 날리는 일은 멈추게 된다.


책을 덮은 후에도, 당신은 여전히 맞을 것이다. 새로운 직장에서, 낯선 관계 속에서, 또 다른 도전 앞에서.

그럴 때 이 책이 당신의 인생 전략을 대신 짜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코너(Corner)에 앉아 있는 당신에게 달려가 물 한 모금을 건네는 든든한 ‘코치’처럼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


“지금 맞고 있는 건 너만이 아니야. 다들 그렇게 싸우고 있어.”

“이 정도 맞고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버틴 건, 사실 꽤 대단한 일이야.”

“다음 라운드는 조금 다른 스텝으로, 가드를 올리고 나가보면 어떨까?”


세상이 당신을 몰아세울 때, 당신 대신 당신 편을 들어주는 책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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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의 시작을 열었던 문장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뒤에, 이 책을 끝까지 읽은 당신에게만 조용히 이 말을 덧붙여 주고 싶다.


“그래도, 맞아 본 사람만이 다음 계획을 조금 더 ‘사람답게’ 세울 수 있다.”


로우킥 맞은 영혼으로 살아가는 당신이, 이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스스로의 코치가 되어주기를. 무릎이 풀리는 날이 와도, 완전히 혼자 쓰러지는 기분은 조금 덜하기를.


진심으로, 당신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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