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컬러풀 Apr 25. 2016

소중한 당신이 곧 희망이다.

반복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내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늘 그랬듯 아이에게 말했다.

"언젠가 네가 다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내고 싶을 때, 그때를 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볼 기회라 여기면 좋겠다. 이성의 끈이 끊어질 것 같은 그 순간에 딱 두 음절, '기.회.' 이 단어가 네게 떠오른다면 너는 다시 이성의 끈을 잡을 수 있을거야."


워낙 통찰력이 있는 아이였기에 기대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성을 잡기 힘든 충동성에 우려했다.

그러기를 6개월.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정말 힘들었는데요, 진짜 폭발하려던 순간에 생각했어요. 내가 이러면 지금껏 상담하며 노력한 게 뭐가 되나.. 그래서 참았는데 아직 마음이 풀리지가 않아요.."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났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네가 마음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모를 수도 있어. 하지만 너와 너의 어머니, 그리고 나는 안다. 네가 얼마나 많이 노력했고, 오늘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보여준 건지 우리는 알아."


얼마 후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어떻게 멈출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냥 딱 얼굴이 떠올랐어요."

"누구 얼굴이?"

"선생님 얼굴이요."



나는 몇 해 전 이 아이와 아주 비슷한 아이를 상담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아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그로 인해 상담은 어쩔 수 없이 끝이 나버렸었다. 여전히 그 아이를 떠올리면 마음 한 편이 아리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아이 마음에 의미 있는 그림 하나가 그려진 것 같다. 그것이 '나'라는 것도 솔직히 기분 좋지만 그보다도 아이가 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소름끼치게 기쁘고 감사했다.


아이들에게는 지금과 다른 결정을 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마음에 새겨지고 자신의 새로운 선택이 스스로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들을 진정 소중히 여기자. 그리고 내일은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자.

그것이 아이들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바꿔갈 힘이 될테니.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기억하자. 그것이 오늘의 나를 위한 희망이 될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당연한 기억, 그리고 기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