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내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늘 그랬듯 아이에게 말했다.
"언젠가 네가 다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내고 싶을 때, 그때를 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선택을 해볼 기회라 여기면 좋겠다. 이성의 끈이 끊어질 것 같은 그 순간에 딱 두 음절, '기.회.' 이 단어가 네게 떠오른다면 너는 다시 이성의 끈을 잡을 수 있을거야."
워낙 통찰력이 있는 아이였기에 기대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성을 잡기 힘든 충동성에 우려했다.
그러기를 6개월.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오늘 정말 힘들었는데요, 진짜 폭발하려던 순간에 생각했어요. 내가 이러면 지금껏 상담하며 노력한 게 뭐가 되나.. 그래서 참았는데 아직 마음이 풀리지가 않아요.."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났다.
"잘했다.. 정말 잘했어.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네가 마음 속에서 어떤 노력을 하고, 얼마나 큰 일을 했는지 모를 수도 있어. 하지만 너와 너의 어머니, 그리고 나는 안다. 네가 얼마나 많이 노력했고, 오늘 얼마나 대단한 변화를 보여준 건지 우리는 알아."
얼마 후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어떻게 멈출 수 있었는지 물었다.
"그냥 딱 얼굴이 떠올랐어요."
"누구 얼굴이?"
"선생님 얼굴이요."
나는 몇 해 전 이 아이와 아주 비슷한 아이를 상담했던 적이 있다. 그때 그 아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고 그로 인해 상담은 어쩔 수 없이 끝이 나버렸었다. 여전히 그 아이를 떠올리면 마음 한 편이 아리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엔 아이 마음에 의미 있는 그림 하나가 그려진 것 같다. 그것이 '나'라는 것도 솔직히 기분 좋지만 그보다도 아이가 전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소름끼치게 기쁘고 감사했다.
아이들에게는 지금과 다른 결정을 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마음에 새겨지고 자신의 새로운 선택이 스스로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면 변화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들을 진정 소중히 여기자. 그리고 내일은 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자.
그것이 아이들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바꿔갈 힘이 될테니.
마지막으로 하나 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떠올리고 기억하자. 그것이 오늘의 나를 위한 희망이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