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무료 연재 사이트인 J 사이트에 연재를 하던 중 처음으로 E-Book 출간 제의를 받았다. 지금처럼 시장이 크지 않았을 시기였다.
지금은 다들 컨텍을 목적으로 J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으나 그 당시에만 해도 그 사이트는 이른바 <서브컬쳐의 장> 같은 느낌의 사이트였다. 출간을 목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도 이전부터 존재했을지도 모르나 당시에는 글을 올리는 대다수 작가가 '웹소설 작가'를 목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었다.
순문학, 문창과 국문학 등 문학이나 글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소설을 좋아하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사이트를 통해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하나의 서브컬쳐의 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중 인기가 많은 작품이 출간하기 시작하고, 다양한 플랫폼과 연재 사이트 등이 생겨나면서 현재의 웹소설 시장이 생겨났다. (J 사이트와 M 사이트, 그 외에 사라져 간 사이트들도 많이 있으나 내가 연재했던 사이트는 J 사이트이다.)
컨텍을 받고, 출간한 기준으로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여섯 군데의 출판사와 일을 했으며 성적과 상관없이 8개의 작품, 이야기가 손을 떠났으며 한 개의 작품의 런칭을 준비 중이며 3개의 작품이 있다. 적어도 한동안 출판사 계약을 신경 써야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소위 말하는 대박 작가는 아니다.
만약 대박 작가였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보다 소설을 쓰는 게 더 이득이다. 시간 아깝게 이런 글을 쓸 이유가 없다.
대박 작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출간하고자 하는 글이 있을 때 출간하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다. 이제는 적어도 나 스스로 출판사에 차기작 할 테니 계약서 달라, 선인세를 원한다. 까지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은 됐다.
할 말은 많다. 나 역시 처음부터 이렇게 됐던 것은 절대 아니다.
많은 작가가 소위 첫 작부터 대박을 꿈꾼다.
그런 작가들이 분명 존재하고, 그런 작가들을 본 적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작가들은 수많은 지망생 작가 중 정말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1000명 중에 1명의 작가가 첫 작부터 대박을 쳤다고 가정할 때 내 첫 작이 대박을 칠 확률은 1/1000이지만, 많은 작가님은 그 천명 중에 한 명이 자신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럴 수도 있지만, 999명의 작가가 그렇지 않다. 이 글을 읽고도 내 작품이 그렇게 될 수도 있잖아!라고 믿는다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좋다. 혹시 그 한 명 중에 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신인 작가만 천명이라고 가정할 때 1/999의 확률이 나오나, 대박은 신인 작가님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기성들 또한 대박을 위해 글을 쓴다. 그렇게 될 경우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적어도 첫 작부터 대박을 내는 확률은 낮으면 낮았지 결코 높지는 않다.
다수의 작가는 선택받지 못한 자들에 포함이 된다. 내가 선택을 받았다면 누군가는 실패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나 역시 그 다수의 선택받지 못한 작가였다.
첫 작부터 소위 대박을 내신 작가님들도 뵀으나, 그렇지 못함에도 꾸준히 애정을 가지고 글을 쓰셔 대박을 내신 작가님들을 훨씬 더 많이 봤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들어 봤을지도 모른다.
야, 요즘 웹 소설이 돈 된다면서? 나도 한번 해 볼까?
과거 J 사이트 같은 곳은 분명 돈이 목적이 아닌 서브컬쳐의 장이었다면.
웹소설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웹소설은 상업 시장이다.
저 단어는 참 마법의 단어다.
웹소설이 돈이 된다면서? 에 포함된 말은 웹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다 돈을 잘 번다면서? 웹소설로 돈 벌기 쉽다면서? 같은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다.
웹소설로돈 벌기쉽지 않다. 그리고 앞으로 더 쉽지 않은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첫 계약은 엉망이었다. 돈을 벌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작품은 현재 계약해지를 한 뒤 잘 정리해 재출간했다) 그 뒤 한동안 충격에 빠져나오지 못해 1년을 넘게 계약을 하지 않은 채 무료로 글만 썼다.
나는 소위 신인이 할 수 있는 실수란 실수는 전부 다 하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자리를 잡은 타입이다.
판타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BL, 현대 로맨스, 19금 등 해보겠다고 안 써 본 장르가 없다.
그리고 이런 답답한 나를 도와준 '기성 작가님들'이 계신다.
신인이었던 시절의 나는 언젠가 기성이 되면 나도 나에게 조언을 해 주고, 도와주신 기성 작가님처럼 신인 작가님들을 도와드려야지 하고 생각을 해 왔다. 그러나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과거의 웹소설 시장은 <무료 연재→출판사 컨텍→이북(종이책) 출간/유료 전환>의 단순한 패턴이었다.
무료 연재 사이트에서 최대한 인기를 끌고, 컨텍을 받아서 출간하면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구조가 이전의 웹소설 시장이었다면 현재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무료 연재의 성공=상업 성공'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이며, 무료 연재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업 시장에 나가 대박을 친 케이스들도 있는가 하면 역으로 무료 연재에서 대박이 났으나 상업 시장에서는 돈을 못 만진 케이스 또한 있다.
100%라고는 말할 수 없으나 전반적으로 무료 연재의 성공=상업 성공의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어쨌든 이 외에도 이전에는 지금처럼작가에게 많은 선택지가있지도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상업을 생각하고 있는 작가들은 작품 기획 단계부터 많은 고민을 한다. 무료 연재를 할지 아니면 무료 연재를 하지 말고 출간을 할지부터 어떤 플랫폼에 어떤 프로모션을 목적으로 할지? 동일 장르 내에서도 어떤 세부 장르가 뜨고 있는지 어떤 타켓층을 노리고 글을 쓸 건지?등의오만가지고민을한뒤에작품을고르고시작한다.
글 쓰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글 외적으로도 수많은 고민을해야한다.그런고민을하지않은채쓴글과고민을한글은작품이근본적으로다르다.
적어도 초기에는 내가 많이 몰랐던 것도 있지만, 웹소설에 대해 할 말이 없었다. 많이 알기 시작하고,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웹소설에 대해 할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졌다.
그리고 매번 만나는 모든 신입 작가님들에게 그 사실을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나도 내 글을 써야 하고 할 일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집필을 시작하기 전까지 고민을 좀 많이 했다. 내가 뭐라고, 남들 앞에서 이런 글을 쓰는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되는가? 자기 글도 못 쓰는 애가 어디가 잘났다고 가르치듯 글을 쓰는가. 분명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
이 글은 지침서나 교과서가 되기보다는 그냥 한 명의 작가로서 웹 소설이라는 시장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 생각하고 읽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웹소설 시장은 '돈이 되니까 한번 시작해 볼까? 하고 '가볍게' 시작할 시장이아니다.
만약 '웹소설'로 돈을 벌고 싶다면 평소에 읽으면서 유치하고, 나도 쓸 것 같은 데라고 생각했던 작가님들과 소설을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