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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Jul 05. 2023

어묵탕에 한 잔

05.

뜨겁고 칼칼한 어묵탕 국물에 소주 한잔.     



 당신은 어묵바를 가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계절과 기분에 상관없이 어둑하고 조용한 어묵바를 종종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원하는 어묵바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어묵바란? 일단 크지 않은 가게 사이즈에 전체적으로 어둑한 분위기. 가운데에는 바형식의 테이블이 네모난 형태를 이루고 있고 그곳에서 요리를 하는 사장님. 그리고 우드색의 작은 테이블마다 어묵통이 붙어 있는 곳. 그런 어묵바를 가게 된다면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안해지고 하루의 피로를 위로받는 느낌이 든다. 형영색색의 어묵꼬치와 가래떡꼬치를 먹으며 배를 채우고 소주잔도 채운다. 이런 곳에 가면 소주는 무한대로 들어가고 술을 아무리 먹어도 취하지 않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이십 대 후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어묵바를 좋아했다. 그 특유의 분위기와 헤비 하지 않은 안주. 소주를 한입에 꿀꺽 삼키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까지. 어렸을 때 시장에 가거나 학교 앞 문방구에서 간식처럼 사 먹었던 어묵꼬치는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술안주가 되었다. 아이들이 갈 수 없는 어묵바는 왠지 어른의 맛처럼 느껴졌다.     

 

 멸치와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넣고 우려낸 육수에 오랫동안 담가놓아 통통해진 어묵을 하나 들어서 와그작 씹어 먹으면 그날의 우환과 피로가 한꺼번에 날아간다. 아니 없던 우환도 날아가는 기분마저 든다. 내가 어묵바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술집보다 혼자 들어가도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있고 어묵탕과 나 그리고 소주. 이 세 가지 조합으로 인해 나의 복잡한 생각과 고민들을 조용히 정리하게 해 준다. 그렇게 힘들고 지친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장소라고나 할까.


 어묵탕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그 유래는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튀김요리가 발달한 중국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묵을 만드는 방법은 햄을 만드는 방법과 동일하다. 주재료가 돼지고기냐 생선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뿐. 보통 한국에서 먹는 어묵은 일본의 '사츠마아게'라고 불리는 규슈 지방의 어묵들을 이야기한다.


 사실 거창하게 어묵바를 가지 않아도 포장마차에서 파는 어묵꼬치에 소주 한잔도 참 좋다. 요즘은 포장마차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서 조금 서글프지만 추운 날씨에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녹여줘서 좋고 더울 때는 뜨거운 국물에 시원한 소주를 마시면서 좋다. 어묵탕에는 언제나 낭만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맑은 국물에서 나의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어묵바에서 느껴지는 조용한 분위기에 복잡한 나의 생각과 고민들을 조용히 정리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소주한 잔이 주는 매력이 어묵바를 만나면서 시너지 효과를 준다. 게다가 어묵탕과 함께 거하게 마신 다음날은 숙취 또한 없다. 어쩜 어묵탕은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할까.  


 이렇게나 완벽한 어묵탕에 어묵만 들어있었다면 아무래도 좀 섭섭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묵탕에는 그 어떤 재료를 넣어도 잘 어울린다는 사실. 해산물도 좋고 떡도 좋고 만두 혹은 야채와 버섯도 좋다. 다양하게 넣어서 먹으면 그만큼 골라먹는 재미도 배가 된다. 술안주는 언제든 다양한 게 좋으니까. 혹 나는 그냥 깔끔한 어묵만 들어간 어묵탕이 좋다면 그것 또한 나는 강력추천한다. 어묵탕에 무엇이 들어가든지 내 마음을 녹여준다는 것은 확실하니까.


 요즘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일단 시원한 소주 한잔에 어묵탕 국물 한 번만 잡서보시길. 다른 건 몰라도 오늘 하루 당신을 힘들게 했던 우환만큼은 날려드릴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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