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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Jul 19. 2023

과메기와 한 잔

06.

생미역에 과메기를 감싸서 초장에 살짝 찍어 소주 한 잔 

    



 다들 과메기를 아는가? 과메기를 알고 좋아한다면 당신은 아마도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도 과메기를 알고 좋아하게 된 것은 고작 4-5년밖에 되지 않았다.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가 처음 마주한 과메기의 비주얼은 ‘비릴 것 같다’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골뱅이 통조림으로 단련되어 보이는 모습에 속지 않고 도전할 줄 아는 진정한 술꾼이다. 


4-5 년 전쯤 과메기를 먹자는 엄마의 제안에 흔쾌히 그러자고 응답했다. 그리고 나의 호기로운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먹기 좋게 한입크기로 잘라져 있는 과메기는 생미역, 생파, 생마늘, 마늘종, 청양고추 등등 다양한 야채와 싸 먹거나 해조류와 싸 먹으면 다양한 맛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과메기란 정확히 무엇일까?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언제부턴가 청어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비슷한 꽁치로 대체한 것이 지금 우리가 먹는 과메기다. 즉 청어와 꽁치를 반복적으로 얼리고 녹이면서 바닷바람에 말린 겨울철 별미 음식이다. 옛날에 한양에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선비가 먹을 게 없어서 배가 고파 소나무가지에 꿰어져 있던 물고기를 주워 먹었는데 이것이 바로 과메기라는 설이 있다.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렸다는 뜻의 ‘관목’이라는 단어에서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로 부르게 되었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수분 함유량이 40% 정도 되도록 말린 것이다. 곧 갓 잡은 신선한 청어나 꽁치를 영하 10도의 냉동상태로 두었다가 12월부터 실외에 내걸어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며 말리면 완성된다.      


 과메기를 먹는 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앞서 말했던 야채들과 다양하게 먹어도 되고 김에 싸 먹어도 된다. 또한 모든 쌈채소가 잘 어울린다. 배추, 상추, 깻잎 등등 쌈채와 먹을 때면 내가 고기를 먹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또한 묵은지에 싸서 먹어도 맛있고 초밥처럼 고추냉이를 곁들여 밥에 얹어 먹어도 맛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과메기를 김치찜을 해 먹을 때 생선 대신 넣어서 먹기도 한다.      


 과메기를 먹을 때면 팔색조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모습과 달리 짭조름, 쫄깃하고 다양하게 먹을 수 있으며 소주와 궁합이 좋은 한 점에 한 잔이라는 말이 딱 맞는 안주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제목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한 메뉴가 바로 과메기다. 깔끔하게 한 점 집어서 한 잔을 꿀꺽 삼킬 수 있는 완벽한 안주. 그렇기에 고작 과메기를 안 지 4-5년밖에 되지 않은 내가 손꼽는 안주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한겨울에 제철인 과메기는 한 여름에 간혹 생각이 난다. 먹을 수 없다는 간절한 생각에 떠오르는 건지 그냥 맛있으니까 주기적으로 생각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메기가 한 점에 한 잔에 딱 어울리는 안주라는 것은 확실하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과메기의 맛을 모른다면 굳이 추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당신이 애주가라면 언젠가는 과메기를 좋아하게 될 거라는 건 내가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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