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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희 Aug 16. 2023

전에 막걸리 한 잔

08.

매콤하고 바삭바삭한 김치전, 기름지고 해물이 가득 들어간 파전, 고소하고 심심한 감자전에 막걸리 한 잔 




 어렸을 적 크고 뚱뚱한 노란 주전자에 가득 담아서 팔았던 그 막걸리. 오늘은 그 막걸리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고유한 술로 맑은술을 떠내지 아니하고 그대로 걸러 짜내어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하다. 주변에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시장조사를 해보면 생각보다 막걸리에 대한 평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막걸리를 먹으면 속트림 냄새가 좋지 않다 혹은 막걸리를 마시면 숙취가 나쁘다 막걸리는 너무 금방 배부른다 등등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뒤로하고 나는 막걸리를 좋아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언제부터 막걸리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되새겨 보았다. 단지 술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니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술을 거리낌 없이 좋아할 테지만 나는 유독 막걸리를 주기적으로 찾는다. 그렇게 된 계기는 아마 작년 이맘때쯤부터였다. 남편과 평일에 휴무를 맞춰 쓰고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는 수고로움을 자처하며 대낮에 광장시장에 자주 갔었다. 그 멀리까지 가는 이유는 딱 하나. 광장시장에서 유명한 빈대떡을 하나 시켜놓고 대낮에 막걸리를 마시는 재미에 푹 빠져서 한 달에 한 번씩 갔었다. 자고로 막걸리는 노란 대접에 콸콸부어서 양손으로 잡고 목을 꺾어가며 꿀꺽꿀꺽 마셔야 제맛이다. 


 내가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맛이 좋다. 소주처럼 쓴맛이 대부분이지도 않고 맥주처럼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며 적당한 도수에 구수하고 적당한 탄산까지 막걸리가 나의 입맛에 딱이다. 이런 막걸리에게 유일한 단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쌀로 만들어서 한 병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다는 것. 평소 다양한 안주와 먹는 걸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큰 단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나 낮에 술을 먹고 싶을 때에는 언제나 막걸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우리나라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존재한다. 계절마다 있는 지역축제를 가거나 지방 소도시에 여행을 가면 식당이나 마트에서 그 지역의 이름이나 특산품을 딴 막걸리가 어디든 존재한다. 내가 먹어본 지역 막걸리 중에 최고는 바로 강원도 원주에서 파는 옥수수막걸리와 공주에서 파는 알밤막걸리 그리고 제주도에서 파는 우도막걸리다. 이런 지역막걸리를 마시게 되면 여행온 기분을 낼 수도 있고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어서 특별한 기분마저 돈다. 국내여행이 해외여행에 비하면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그 지역에서만 파는 막걸리를 사 먹으면 조금은 특별해질 수 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막걸리의 진정한 안주는 방금 막 담근 겉절이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오늘은 누구나 막걸리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김치전, 파전, 감자전을 가져왔다. 뻔하지만 뻔한 게 언제나 정답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기름에 바삭하게 구워낸 전을 젓가락으로 푹푹 찢어서 한입 가득 입안에 넣고 우걱우걱 씹다가 시원한 막걸리 한 대접을 들이켜면 그렇게 달수가 없다. 


 아무래도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전은 최대한으로 바삭하게 튀겨내야 한다. 수년간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나만의 비법을 살짝 소개하자면 반죽할 때 튀김가루로 하고 반죽을 주르륵 흐르듯이 묽게 만들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달궈진 상태에서 튀겨내듯 구워내고 구워낼 때 프라이팬 위에서 젓가락으로 중간중간에 구멍을 내주는 것이다. 사실 방금 구워낸 뜨끈뜨끈한 전은 누가 어떻게 부쳐도 맛있을 수밖에 없다. 


 당신이 좋아하는 지역막걸리는 무엇인가? 혹시 막걸리를 싫어한다면 막걸리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니까 다양하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전해주고 싶다. 혹시 나의 인생막걸리가 우리나라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인생막걸리 하나쯤 모르고 세상을 떠난다면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 혹시 나만 슬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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