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그는 아빠가 아니다
평소 비린 것을 좋아하지 않고, 먹기가 번거롭기도 해서 해산물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한男성과 해산물을 파는 식당에 마주앉아 밥을 먹게 되었는데,
잘 먹지 않다보니, 먹는 법 역시 서툴렀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망치질, 흘러나온 육즙으로 미끄덩 미끄덩한 손, 입속에 돌아다니는 짭조롬한 살과 뒤섞인 딱딱한 이물질까지.
아주 완벽한 3박자에,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노력에 비해 소득은 없었고, 손가락 국물만 쩝쩝거리곤 결국 집에와서 다시 밥을 먹었다.
생선처럼 내 마음도 비려졌다.
(어릴적)
아빠의 지인분들은 싱싱한 해산물을 보내주시곤 했는데, 그런 날이면 언제나 아빠는 능숙한 모습으로 살을 발라, 우리들 입에 "쏙" 넣어주셨다.
그 잔상이 아직도 생생한 것을 보면 나는 그런 아빠의 모습이 참 멋지다 생각했나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에게 해산물은 언제나 살을 발라주던 아빠와 등호(等號)다.
다만, 이 공식이 이제 깨져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뿐이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아빠도 이제 힘들어. 이젠 니 짝한테 해달라고!!"
엄마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빠는 언제나 나에게 최고의 남자였다.
쥐면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그렇게 키우셨다는 걸 문득 문득 추억과 함께 깨닫는다.
아빠는 아빠고,
그는 아빠가 아니다.
내가 그의 엄마가 아닌 것 처럼.
알지만,
조금은 비슷하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나도 어쩔수 없음.
#그건사랑이었네 #게살은사랑 #같길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