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Aug 23. 2021

50대가 온다.

50대가 오고 있다. 


2021년 6월 행정안전부는 우리나라 주민등록 연령별 인구 통계를 발표했다. 50대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40대 이하는 비중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50대 이상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 중 50대가 859만 314명(16.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대한민국 50대는 누구인가


주로 60년대 출생자들이다. (정확하게는 1961년생부터 1970년생까지이다.) 2000년대에는 이들을 386세대라고 부르기도 했다. 386은 원래 1980년대 개인용 PC 열풍을 이끌었던 '386 컴퓨터'에서 차용한 표현이다. 196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 대학에 다니며 학생운동,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30대들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이들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40대가 되었고 486세대가 되었다. 지금은 50대에 이르러 586세대. 지금의 50대는 일반적으로 자기 정체성이 강하고,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변화를 추구하는 세대라고 알려져 있다. 50대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떠한 모습들일까?


386세대의 386은 386 컴퓨터의 이름에서 차용했다.



첫째, 50대는 진보와 개혁의 아이콘이었다. 


지금의 50대는 1980년 광주항쟁에서부터 1987년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1980년대의 폭발적인 민주화운동의 주역이었다. 1980년대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던 시기에 그들은 가슴이 뜨거운 청년들이었다. 온몸으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세대들이다. 수많은 50대들의 희생과 피로 인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었다.

1987년 7월 9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연세대생 이한열의 범국민 장례식 / 보도사진연감


둘째, 대한민국 사회의 주축이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로 인해 지금의 50대들이 당시 시대 주역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청와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총선을 통해 사회의 주도세력으로 떠올랐다. 50대들이 진보와 개혁이라는 기치를 걸고 사회에 나서게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50대들은 사회 지도층이 되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부장과 같은 중간관리자 또는 임원의 위치에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경제적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하면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세대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진보와 저항을 외치던 50대가 나치게 견고한 기득권층을 형성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일명 '고인물'이라는 평가도 있다. 각 영역에서 지나치게 견고하게 자리 잡은 까닭에 지금의 청년들에게 거대한 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50대들이 가져야 할 사회적 책무가 그 어떤 세대보다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셋째, 지금 50대는 은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50대는 은퇴 전 마지막 10년을 달리고 있다. 성공한 경영자로서의 족적을 남기고 있는 50대들이 있다. 임원이 되어 대조직을 경영하고 비즈니스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50대들이 있다. 2020년 한국CXO연구소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한민국 1000대 기업 CEO 중 50대가 42%를 차지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경영자들도 있지만 평범하게 부장이나 중간 관리자로서 일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전문 분야에서 한창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50대도 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알아왔던 K 선배가 올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아직 얼굴에 청년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것 같은데 벌써 50대를 졸업했다. 시간이 쏜살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50대 입학 전에 서서...


나는 이제 곧 50대에 입학하려고 한다. 40대 졸업을 앞두고 부쩍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직도 마음은 청년인 것 같은데 50대라니.' 근로자로서의 마지막 10년에 들어가게 된다. 앞사람 뒤를 보고 부지런히 달리기만 했는데... 크게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하다. 주변에서 누가 뭘 해서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공자는 논어에서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50이 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뜻이다. 아직도 모르는 것 천지다. 49년을 살아낸 나 자신도 모르겠다. 지천명은 되기는 커녕 오늘도 이것저것 기웃거린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 자격증 공부도 다시 해본다. 외국인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보기도 했다. 책도 써본다. 아직도 외국어 공부를 한다. 남들이 하는 재테크를 해야겠지 싶었다. 재테크 공부를 하려고 투자 책을 여러 권 읽었다. 작년에는 주식도 좀 했다. 비트 코인도 좀 사보았다.(손실이 컸다.) 부동산 광풍이 불면서 투자를 해야하나 싶어서 공매에 대한 콘텐츠도 좀 본다. 참 귀가 앏은 지천명이다.


운동은 해야겠으니 헬스장도 기웃거린다. 골프도 좀 쳐야 하니 레슨을 다시 받는다. 골프를 치다 보면 허리가 아프다. 거북목이 되었는지 어깨도 자주 아프다. 아픈 허리와 어깨를 부여잡으면 서글픈 기분이 든다. 몸이라도 아프면 안되지 싶어 부쩍 영양제와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 먹는다. 갑자기 몸이 아프면 큰 병일까 싶어 겁이 난다. 갈수록 겁이 많아진다. 그렇게 정신없이 분주하게 50대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


'근로자로서 마지막 10년은 어떻게 어디에서 보낼까?'

'50대에는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이렇게 또 50대를 살아내야겠지?' 

50대를 앞두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49살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 부장의 '사가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