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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04. 2023

[47] 노트는 잊기 위해 쓰는 것이다.

필자의 망각은 무서운 수준이다. 


집에서 스마트폰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어버려서 온 가족이 한참을 찾았다. 한참 찾다가 아내가 전화를 걸어보았다. 전화 벨소리가 냉장고 안에서 들여왔다. 냉장고의 물건을 꺼내고 스마트폰을 올려 둔 것이다.

과일 껍질을 버리다가 포크와 과일칼을 한꺼번에 버리기도 한다. 아내의 잔소리를 듣는 것도 여러 차례 있다. 벗어 둔 안경을 찾지 못해 고생을 하기 일쑤다. 

이렇게 잘 잊어버리는 필자지만 노트에 한 번 적어 둔 것은 절대 실수하는 법이 없다. 노트에 적어 둔 내용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냉장고에 넣고 잊어버리는 '덜렁이'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트 덕분이다.


상사 지시사항이 있다고 해보자. 노트에 '상사 생각'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메모를 해보자. 노트에 적어두면 잊어버릴 수가 없다.  상사 지시사항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상사 지시사항을 다시 떠올릴 때 노트만 펼치면 된다.


잠들기 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일이 번뜩이면서 아이디어가 생각나는 것이다. 노트에 적으면 된다. 그리고 편안하게 잠들면 된다. 적지 못한 경우는 다음날 아이디어를 복기하느라고 머리를 싸맬 것이다. 노트에 적어두고 편안하게 잠들면 된다. 

https://brunch.co.kr/@quarterb/712


책을 읽다가 감명을 받는 문구와 표현도 노트에 적는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아~ 어떤 책에 어떤 표현이 있었는데~~' 하면서 다시 복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책을 다시 펼쳐보면서 그 문구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독서 노트를 펼쳐보면 된다. 완벽한 문장이 그대로 적혀있다. 그 문장을 활용하면 된다. 노트에 적기 시작하면 우리의 언어의 품격도 올라간다.

https://brunch.co.kr/@quarterb/703


중세 사람이 1년 동안 노출되는 정보의 양을 현대인은 하루에 접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현대는 정보 과부하의 시대다. 우리가 노출되는 모든 정보를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하면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노트를 써야 한다. 노트에 적어 둔 내용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잊어버려도 좋다. 플래너가 대신 기억해주고 있다.


우리는 대신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의 바다로 나아가면 된다. 정보의 바다와 아이디어의 파도에서 나에게 감동이 오는 것이 있다면 노트에 새로 적어 두면 된다.


내가 잊고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는 노트 안에서 숙성이 된다. 정보와 정보의 연결, 아이디어와 아이디어의 결합을 통해 훌륭한 콘텐츠로 성장한다.


필자가 지금 쓰고 있는 글들도 노트에 적어 둔 것들이다. 모든 콘텐츠를 다 기억하려 하지 않았다. 노트에 적고 잊어버렸지만 노트에서 충분하게 숙성되어 콘텐츠가 되었다. 당신을 만나고 있다.


지금 노트에 적자. 그리고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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