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ㄱㄸㄸ Jun 14. 2024

엄마만의 잣대로 아이를 평가하기

엄마의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점


난 자기만의 잣대로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을 상당히 싫어한다. “난 이랬는데, 넌 왜 그래?”하는 식의 평가는 너무 배려가 없고 경솔하다.


사람들은 누구나 다른 삶을 산다. 한 집에서 자란 형제라고 하더라도 각자가 받아들이는 환경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삶 역시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내 삶을 토대로, 나만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내 잣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인지 나는 남에 대한 기대도가 낮다. 내가 생각하는 타인에 대한 기대는 ‘난 a란 상황에서는 보통 A라고 행동할 테니 저 사람도 나와 같이 A로 행동해 주겠지?’ 하는 식이다. 내 잣대가 발동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의 행동에 ‘음,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군 ‘하고 흥미로워할 뿐이다. 기대가 없기에 실망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


나의 잣대를 들이내밀어 사람을 경솔하게 평가하고, 심지어 내가 기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다그치기까지 했다.


그 상대는? 바로 내 딸이다.




내 딸은 나를 닮은 점이 많기도, 또 없기도 하다.


어떤 날은 어떻게 이렇게 나랑 똑같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랑 똑같은 행동을 하다가도, 어떤 날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해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그럴 때면 남편을 바라보며 “자기 닮아서 그런가 봐”하고 얘기하며 아이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 자체가 문제였다.


내 딸은 나와 남편의 딸이지만, 나도 남편도 아닌 그 아이, 그 자체의 독립된 인격체이다. 나를 닮아서 이쁜 행동을 하고, 남편을 닮아서 미운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그냥 그 아이가 그런 아이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행동에 나를 닮았네, 나를 닮지 않아서 그렇네 하나하나 이유를 붙이고, 정당성을 부여하다 보니 기대감이 생겨버린 것이다. 기대감에 부합하는 랭동을 하면 칭찬하고, 그렇지 않으면 혼을 냈다. 엄마는 안 그랬는데 넌 왜 그러냐는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하며 아이를 다그치기도 했다.


아이가 잠들고 생각해 보니 내가 왜 그랬지? 하며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가끔 어린아이기에 당연한 아이의 미숙한 행동에 속이 답답해 혼을 내면, 우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하루 종일 불편하다. 어린아이니까 당연한 건데, 엄마가 되어선 이해도 해주지 못하다니, 엄마로서의 자격이 없다며 나를 다그치기도 한다. 앞으론 그러지 말자 굳게 다짐하며 좀 더 나은 엄마의 모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런 내가 성인들에게도 쓰지 않는 나의 잣대를 내 아이에게 들이내밀어 울리다니 정말 창피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잠들기 전까지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가끔 친한 동생들이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방법은 뭐가 있냐며 물어본다. 그럼 나는 그래도 나 정도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을 묻는 거라면, 남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준다.


나는 남편에게 큰 기대가 없어서 남편에게 별로 화가 나지 않는다. 남편은 저런 사람이구나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이제 남편과 거의 20년이 되다 보니 일정 정도의 기대감이 생겨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싸움으로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 많이 기대하다 보면 아이에게 실망하고, 다그치고, 화를 내는 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성격을 받아들이되 인생선배로서의 조언만 아낌없이 주어야겠다. 조언을 따르거나 따르지 않는 것은 너의 선택이므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생각할 시간만 충분히 가지라고 격려해 주어야겠다.


나의 잣대가 아이를 다그치고, 때리는 잣대가 아닌, 더 나은 방향을 보여주고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쓰이도록 내가 좀 더 노력해 봐야겠다.


아마 오늘 저녁에 또 부족한 나의 인내심에 후회스러운 순간들을 남기겠지만 그래도 점점 노력하다 보면 나아지겠지.


아직 36개월도 되지 않은 내 딸이 벌써부터 세워가는 독립적 자아와 삶을 응원해야지.


파이팅!!!







이전 09화 언니가 없는 딸에게 언니 되어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