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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ㄱㄸㄸ Jun 07. 2024

언니가 없는 딸에게 언니 되어주기

딸과 함께하는 일상의 즐거움



요새 나의 딸은 공주병이 왔다.

말 그대로 공주라는 병이다.


공주처럼 긴치마를 입어야 하고, 엘사처럼 머리를 하나로 길게 땋아야 한다. 긴치마를 입었을 때는 치마 양쪽을 들고 사뿐사뿐 걷는다. 손 끝이 우아하다.


그런 딸을 보고 있으면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너무 자세하게, 많은 걸 요구한다) 웃음이 먼저 나온다. 디즈니에 진심인 엄마라 공주에 노출이 많았던 딸이라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공주병이 심하게 올 줄이야.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첫째가 이렇게 빨리 공주병이 왔냐고 물어본다. 두 돌이 넘어서야 미디어 콘텐츠에 조금씩 노출되었기에 아직 세 돌도 되지 않은 아이가 “언니도 없는데” 이 정도 공주병에 걸리기가 쉽지 않다고 하며 웃음 짓는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얘기하길 “엄마가 첫째 역할을 하고 있네! 크크”.


그렇다. 아직도 디즈니 애니메이션만 보면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고, 여행지에 디즈니랜드가 있으면 꼭 들려야만 하는 철없는 엄마의 영향이다.


내가 드레스를 입을 수는 없기에 내 딸에게 드레스를 입혀주며 기뻐하고 예쁘게 머리를 묶어주며 뿌듯해한다. 엄마의 로망을 딸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


딸이 자기는 엘사니 엄마는 안나가 되라고 하면 나는 기꺼이 안나가 되어준다(기꺼이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아빠도 있다). 딸이 좋아하는 캐릭터에는 기꺼이 양보해 주며 함께 즐겁게 공주놀이를 즐기니 공주병에 걸리지 않는 게 더 이상하기도 하다.




난 언니가 있다.

나이 차이가 좀 있는 언니가 나에겐 가장 친한 친구이고, 가장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이다.

난 언니가 있는 게 너무 좋다.

하지만 내 딸에겐 언니가 없으니, 내가 엄마이자 언니 같은 존재이고자 한다면 너무 큰 욕심일까?


여하튼 나는 지금의 우리가 너무 좋다.

함께 웃으며 공주놀이를 하고, 공주애니메이션을 보며 이야기 나누고, 같은 정서와 공감대를 쌓는 것이 너무 즐겁다. 쫑알쫑알 거리는 내 딸이 너무 귀엽다.


나 역시 어렸을 때 머리를 풀어헤치고 드레스를 입고 생일파티에 가겠노라 엄마에게 이야기하던 공주였기에 딸이 공주병에 걸린 그 모습이 오버랩되어 보여서 더 귀여운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의 딸은 공주옷에 공주머리를 하고 등원했다. 예쁘고 비싼 원피스를 산다 한들 반짝이고 촌스러운 공주드레스에 이길 수 없다. 아침마다 공주옷에 어울리는 머리를 해주며 힘듦을 느끼는 엄마이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이렇게 키웠다 생각하면 다시 웃음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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