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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Sep 11. 2023

집에 가기 전 뭐 하세요?

읽으려고 씁니다 73



퇴근 후 집에 가기 전 뭐 하세요?


나는 보통 퇴근 후 사무실에 앉아 미라클 모닝을 대신한 퇴근 후취미생활 글쓰기 뭐 이런 이유로 사무실에 한두 시간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서울로 글쓰기 코칭 가는 날입니다.


4층 코칭센터 계단에 한 발을 올린 순간, 이미 기차에서 내릴 때부터 지하철을 타고 서초 교육 센터를 향하는 동안 일부 힘을 소진한 상태입니다. 제시간에 간당간당 도착하는지라 젖 먹던 힘을 다해 마지막 결승선을 향하듯 계단을 오르는 데 애를 씁니다. 계단 하나하나 내딛는 발바닥에 힘을 주지만 다리에는 힘이 빠져 있습니다. 숨은 헉헉거리고 더운 기운은 목덜미까지 찼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실내는 적당히 시원합니다. 그러나 내 원고 평가에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코칭이다 보니 긴장과 집중으로 인해 에어컨 바람은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코칭과 과제가 끝나면 인사하고 문을 닫고 나옵니다. 계단을 내려다봅니다. 오늘도 수고했다고 스스로 토닥이며 퇴근하는 회사원처럼 넘어지질 않을 정도만 힘을 내어 터벅터벅 발을 내딛습니다. 그리고 일 층으로 내려오면 여느 날처럼 삼삼오오 모여 품어내는 담배 연기에 얼굴을 한 번 찡그리고 처음 왔던 길을 되돌아 걷습니다. 이제 다리에 힘이 좀 생깁니다. 올 때는 지하철 1번 출구로 나왔지만 들어갈 때는 지하철 입구를 지나 서초구 법원을 향해 걷습니다.


오늘은 코칭이 끝나면 서래마을에 다녀오기로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 정류장으로 치면 센터에서 서래마을까지 두어 정거장 걷는 거리입니다.


대전집에서 출발해 서울 서초 교육 센터까지 자가용으로 무궁화 열차로 다시 지하철로 왕복 6시간 조금 더 듭니다. 정작 코칭 한 시간에 과제 두 시간. 3시간 머물려고 6시간을 할애하는 게 어째 효율적이지 못한 것 같아 서울에 올 때마다 갈 곳을 한 곳 정해서 들렀다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리스트로 만들었지만 선택기준은 서초구나 서울역과 가까운 곳으로 정합니다. 오고 가는데 더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이유입니다.


오늘은 서래마을입니다. 작년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전 시리즈를 읽었습니다. 지리적 배경과 생활 문화 예술은 프랑스 위주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프랑스 느낌이 그나마 나는 서울 근교의 서래마을을 다녀오기로 한 겁니다.


법원을 지나 오르막길을 걷다가 별 볼 거 없는 주택가를 지나는 동안은 재미없는 보통 동네 산책 나온 사람입니다. 서래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중고등학교 담장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동네 방문객의 시찰은 시작됩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사람과 어울리는데 즐거움을 알지만 반대로 혼자서 즐기는 맛을 압니다. 혼자 동네 산책을 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좌우를 살피며 하늘과 맞닿은 나의 눈을 응시하며 걷습니다. 서래마을은 여느 민속촌이나 한옥마을처럼 거주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마을 주민인 듯하다가도 핸드폰 지도 앱을 보며 걷다가 카페 입구나 도로를 사진에 담는 사람들을 보면 이방인이고 관광객입니다. 멋스럽게 차려입고 두리번거리게 방문객인가 싶으면 상점 주인과 인사하는 게 동네 구경 나온 서래마을 주민입니다.


나도 이 동네 거주민인 듯 관광객인 듯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선에서 두리번거리며 마을을 둘러봅니다. 걷는 동안 동네를 훔쳐보며 보통의 볼거리를 즐깁니다. 마치 해외여행 관광객이 현지인이 실제 사는 동네에 발을 내딛는 순간 현지인처럼 굴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지요. 나는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네길, 동네 상점, 동네 학교 운동장 등 보통 사람들이 지나치는 장소를 좋아합니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글이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손을 대고 수정할 만한 것을 딱히 찾지는 않습니다. 그대로 자연스럽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내가 여행할 때 이방인으로서의 취향이 글에서 새어 나오는가 봅니다. 살아가는 모습도 글을 쓰는 모습도 보이는 삶과 글이 다 매한가지입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것은 그런대로 멋이 있습니다. 투박한 것은 투박한 대로 멋이 있습니다. 모난 정만 아니라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면 괜찮습니다. 삶도 글도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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