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책상 너머, 광고대행사를 꿈꾸다
무모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또 도전장을 냈다.
2025년이 되자마자 나는 많은 사람들이 "야 그걸 어캐 했냐!!" 라는 칭찬과 리스펙을 받은 외교부산하 공기업 인턴십을 18:1의 경쟁률을 뚫고 해냈다. 21살때부터 꿈꿔온 인턴십이고 3번의 도전 끝에 합격해낸 결과였고 실제로 그래서 너무 기뻤다.12
하지만 요즘은 내가 정말 이것을 원했는지 의문을 많이 가지는 중이다.
회사가 별로야? 사람들이 잘 안해줘?
새로운 도약을 또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많이들 걱정을 해준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정말 너무 감사할 정도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고 내가 속해있는 기관은 국내에서 유일무이하게 공적개발원조를 다루는 기관이기에 더욱더 의미있는 기회들이 많다.
가령 대부분의 인턴들이 이렇게 장기간, 실원들과 함께 사무실을 쓰지 못하는데 우리 부서의 경우 20명 가까이되는 실원분들과 함께 하루 종일 함께하며 5개월이나 인턴십 경험을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이기에 UNDP와 같은 UN산하 다자기구에서 주최하는 포럼이나 워크숍에도 참여할 수 있고 공공기관에서는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하나 검토하며 배울 기회도 있다.
하지만 왜인지 나는 벌써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기를 꿈꾸고 있다.
취준생이라 불안한거지? 빨리 취업해야할텐데.
새로운 도약을 또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가장 많이 듣는 또 다른 이야기.
취업준비생이라 좋은 곳에서 인턴 하고 있어도 불안하지?
솔직히 말하면 내 마음 속 불안은 단순히 내가 취준생이라서는 절대 아니다.
빨리 자리를 잡으면 좋겠지만 지금 인턴을 하는 기관에 와보니 꿈을 쫒기에 늦은 나이는 없고 20대, 30대 다 청춘이고 그 자체로 빛난다.
우리 부서 인턴은 나 포함 총 8명. 꽤 많은 편인데 나는 막내라인에 속한다.
만나이 기준 24살 3명, 25살 한 명, 26살 한 명, 27살, 29살, 30살 이렇게 연령층은 구성되어있고 나는 만나이 24살, 한국나이 25. 막내다.
그런데 우리 중에서 학부를 졸업한 사람은 현재 나 포함 4명 뿐이다.
나랑 동갑인 막내라인 2명, 그리고 나 보다 한 살 많은 언니 한 명은 다 아직 대학생인셈이다.
참 재밌게도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마음이 놓이더라.
나는 전혀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래서 주변사람들. 특히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뭐만 하면 나의 모든 고민을 취업과 연관짓고 내 꿈과 희망은 다 빠른 취업일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느낄 때 마다 가끔은 신물이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주변사람들이 모두 물질과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쫓으라고 나를 떠밀지 않음에 나는 감사할 수 있는데, 항상 내 편이 되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친구들 중 오늘은 아나스타샤(Anastasia)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한다.
아나스타샤(Anastasia)
2023년 7월?이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나의 절친, 아나스타샤.
우리는 오스트리아 교환학생 중에 만났다.
그때 아니(ANI)는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온 학생이었는데 너무 예뻐서 괜히 강의실을 핑계로 말을 붙였던 기억이 난다.
감사하게도 아니 또한 한국에 관심이 많아 수업이 끝나고 바로 우리는 학교 앞 빵집에 들러서 아니가 좋아하는 도넛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고 그렇게 친해졌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이렇게 친해질 줄 몰랐는데.
나를 편견없이 항상 바라봐주고 약간은 무뚝뚝해보이지만 누구보다 마음이 따듯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이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나도 몰랐던 혹은 숨겨왔던 내 감정을 그녀에게 털어놓고는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간만에 나한테 안부를 물어오는 그녀에게 다짜고짜 나도 모르게 내 속 마음을 털어놓았다.
나 요즘 이상해. 정말 오고 싶었던 회사에서 대우받으면서 인턴십을 하고 있는데 어째 만족스럽지가 않아. 나 이 회사에서 인턴십을 하는게 3년간 꿈이었고 분명 모두가 잘해줘. 그렇지만 결국에는 마케팅으로 다시 진로를 정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난 한 가지 활동을 오래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 나 분명 성실한 사람인데 이상해.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
사실 나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간만에 아나스타샤랑 연락을 하니까 나도 모르게 무의식에 있던 이것저것들이 튀어나온 것 같다.
그런데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만족스럽지 않아도 괜찮은거야!" 라고 대답했다.
들어가기도 어려운데 만족하지 못할 거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아나스타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이제야 조금씩 내 마음을 말로 풀 수 있게 되었다.
왜 지금의 공공기관이 아니라, 또 다른 분야로의 탐색을 꿈꾸는지.
2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일일까?"
루틴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동시에 안정감도 준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내 의견을 담아 만들어가는 과정에 참여할 여지가 적다는 점에서 나는 자꾸만 내가 희미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국가기관에서 인턴의 의견까지 반영해서 사업을 짜는 게 말이 되냐"고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그 범위는 더 좁았고, 그 안에서 나는 점점 내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서도 구성원 개인의 성장 가능성까지 보장해주는 회사는 드물다. 회사도 결국 사람이 만든 공간이니까, 빈틈도 있고 한계도 있다.
하지만 들어가기도 어려운데 만족하지 못할거라면 당분간은 다시 도전자의 삶을 택하려고 한다.
어차피 인턴십이 끝나면 다시 원서를 넣어야 하는 삶이라면, 조금 이르게 도전을 시작해본다고 달라질 건 없다. 한두 번, 혹은 몇 년씩 계속 떨어지는 건 요즘같은 취업난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고, 그 사이에 경험이 쌓일거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자기소개서를 쓰는지,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 세상엔 어떤 회사들이 있고 어떤 인재상을 추구하는지, 그 모든 걸 조금씩 알아가며 비교하고, 나아가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무모한 도전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무모함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이 선택이 맞을까?' 고민하는 당신에게.
'왜 난 이게 만족스럽지 않을까?' 자책하는 당신에게.
나도 그랬다고, 지금도 그렇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계속 걸어가보자고 말해주고 싶다.
도전은 늘 조금 무모하게 시작되고, 결국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