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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게릴라 Oct 28. 2019

가장 좋은 상담사

찬란한 오전의 에세이

말 못 하는 비밀로 가슴앓이를 할 때,

보통 무 PAY ‘친구 상담사’를 가장 먼저 찾아간다. 나에게도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전화를 하는 친구 상담사가 있다.


그렇다고, 친구 상담사가 가슴이 뻥 뚫리는 조언을 내어놓는 건 아니다. 내 친구 상담사는 “그렇구나, 에스델!” 이름 감탄사로 공감만 한다. 가벼운 고민은 친구 상담사의 공감만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친구 상담사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묵은 마음의 질병을 앓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전문상담사를 찾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에 오랜 마음의 병을 앓았을 때, 나 역시도 전문 심리상담사를 찾았다. 물론 전화 상담이었지만.

요즘은 건강가정센터나 비영리기관에서 무료상담을 해 주는 곳이 참 많다. 상담을 신청하면, 3번. 약속한 시간에 상담자로부터 연락이 걸려온다. 그런데, 전화상담의 경우 시간대에 따라 상담사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3명의 상담사를 만나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 3명의 상담사는 그냥 내 말을 잘 들어주고, 각각 모두 다른 조언을 했다. 그래서 3명의 상담사와 정해진 3번의 상담을 하면서 생각했다.


“모든 상담사가

친구 상담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구나!”


모든 상담사는 그냥 상담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일 뿐, 시원한 해결책을 내어주지는 못 한다는 걸. 상담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 상담사’로 해결될 수 없는 갈증의 근원을 찾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종교’에 무작정 귀의하는 사람들도 종종 본다. 이런 현대인들의 가슴앓이를 반영하듯 요즘은 특색에 따라 심리학과 철학, 인문학, 종교학 등을 엮은 각종 마음 보기, 심리치유와 관련된 책과 강의, 프로그램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고자 상담을 하다 안 되면, 자신의 내면에 말을 걸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타인과 자신의 연약한 부분만 실컷 되새김질하다 도돌이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을 보는 수행 혹은 강의를 통해 도움을 받은 사람도 많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는 너무 자주 변하고, 변질된다. 그래서 들여다보면 볼수록 오히려 복잡해지기 마련인데, 왜 하필 이 복잡하고 불완전한 나를 계속 들여다봐야 할까? 하는 의문은 든다. 어디까지 개인적인 견해로. 그래서 자기 자신의 감정과 심리만을 너무 파고드는 글이나 강의, 프로그램을 좋아하진 않는다.


헤매고 헤매다,

오늘은 그 문을 모두 박차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렇게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을 만나고,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하는 목련나무 새싹을 발견하고, 어느새 따뜻해진 봄바람의 기운을 느낀다.

자연의 섭리 가운데 이제야
내 안에 꿈틀거리는 무언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상담사는

‘놀이터’의 문을 활짝 열어주는 사람이다.

어떤 말 못 하는 문제가 있을 땐,

햇빛 가운데로 그냥 나가서,
진짜 햇빛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용한게릴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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