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s in my Gym Bag

by quietrebel



01. 헬짱 가방 말고, 나이키 에코백 말고

운동을 좀 다니다 보니... 나이키 에코백 말고 좀 더 세련된 나만의 가방이 필요했다. 헤이그(Hagg)의 짐백 스타일 나일론 백. 크기로 보나 디자인으로 보나 운동 가방으로 쓰라고 디자인된 건 아닐 텐데. 아무튼 나는 이 브랜드를 좋아하고, '헬짱 가방'이 아닌 적당한 짐백을 찾아 헤매다 그냥 사버렸다. 적당히 감성 있고 적당히 쓸만한 보부상 백 같다. 대체 뭘 들고 다녀야 하길래 가방이 따로 필요할까? 처음엔 나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내 짐을 들고 다니기 시작한 이후 나는 진정한 헬스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퍼에 대롱대롱 매달린 쿠로미 키링(산리오) 2개는 이 가방과 나의 아이덴티티다. 험악한 쇠질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가 아직 어리다고 확인시켜주는 존재.(근데 아직 키링 유행 아직 유효한가요? 모르겠지만 달고 다녀봅니다.)


02. ‘척’을 위한 생존 장비

솔직히 제로투히어로 벨트를 산 건 복압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앉아서 하는 운동 할 때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내 척추 살리려고 샀다. 베르사그립도 마찬가지다. 고중량? 데드리프트? 그런 거 모르겠고 내 소중한 손바닥에 굳은살 박이는 꼴을 차마 못 보겠어서 서둘러 결제했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여기에 진짜 '생존'을 위한 처방도 들어있다. 근육통 오면 일단 문지르고 보는 롤온파스, 그리고 지치고 텁텁해진 내 입안을 구원해 줄 이클립스 민트. 마지막으로 엉덩이 자극을 위한 헤이니 밴드 세트들. 운동은 장비빨이 맞다.


03. 발끝의 완성

남들 다 신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싶어 고른 반스 올드스쿨 플랫폼은 하체 날 지면을 찢는(척하는) 지지대가 된다. 유산소나 대충 뛰고 싶은 날엔 뉴발란스 530만큼 만만한 게 없다. 그날그날 루틴에 따라, 혹은 옷에 따라서 번갈아서 신어야하기 때문에 좁은 락커 보관은 조금 어렵게 됐다. 락커 비용 지불 대신 보부상을 택한 나 어떤데...


04. 설거지 지옥 탈출기

단백질 쉐이크통 닦다거 인류애 상실해 본 적이 있는가? 블렌더보틀은 설겆이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곧 혁명이다. 뭉침 없이 싹 섞이는 거 보면 마음의 평화가 온다. 스탠리 텀블러는 다소 무겁고 거의 둔기 수준이지만, 이 텀블러를 내옆에 둠으로써, '이 기구가 내 자리요, 이 벤치가 내 자리요'라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피해 가니 얼마나 고마운가.

05. 한겨울의 취향

샤워실에 들어서면 다시 나로 돌아가는 취향의 시간이다. 한겨울인 지금은 러쉬의 포쉬초콜릿의 초콜릿 향으로 절여져야 마음이 놓인다. 클로란의 두피 노화방지 샴푸로 땀에 젖은 머리를 감고, 물기를 닦아 낸 후 로라메르시에의 바닐라향을 바른다. 드라이를 마친 후 디올 립글로스, 토너, 진정크림, 픽서까지 쏟아붓고, 앞머리 구르프, 꼬리빗으로 대충 산발된 머리를 정리한다. 그제야 나는 다시 사람의 몰골로 돌아올 수가 있다.


06. 질서와 배려

수많은 잡동사니를 넣고 다녀도 가방이 터지지 않는 건 이케아 파우치 덕분이다. 가성비는 물론, 물에 젖어도 괜찮은 소재와 닫는 방식이 괜찮아서 샤워용품 가방으로 선택한 제품.

그리고 내 생활반경 1미터 안에 항상 두는 이케아 돌돌이.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 때문에 샤워 후 드라이기 앞에서 비명을 지르기 일쑤어서 이케아 돌돌이를 결국 헬스 가방 안에도 추가했다. 내 머리카락은 내가 치운다는 배려를 담아.


07. 단절을 위한 강박

운동 갈 때, 집으로 올 때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앞주머니. 그곳은 에어팟의 전용 수납공간이다. 에어팟이 없으면 유산소를 할 수 없고 유산소를 할 수없으면 그날 운동은 망했다고 봐야 한다.

비록 오늘 운동도 못 갔지만, 가방 점검 운동 많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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