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 일지

by quietrebel

일신상의 사유로 '강제 미라클(?) 모닝'을 수행하게 되었다. 더 이상 헬스장이 텅 빈 평일 오후나, 열기로 가득 찬 피크타임 저녁 시간에 나는 출석 도장을 찍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침 운동' 여태 살아온 내 인생, 내 삶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하지만 눈에 띄게 불어난 이 놈의 몸을 그냥 둘 수도 없었다. 결국 나는 생애 첫 아침 운동을 나섰다.

아직 온열 매트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뜨끈한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운동복 속에 가까스로 뱃살을 구겨 넣고 감춘 뒤 현관문을 열었다. 기온이 올랐다지만 얇은 레깅스 한 장 걸친 다리는 시렸고, 자다 눌린 자국이 선명한 두 뺨 위로 찬바람이 매섭게 스쳐 갔다.

아파트 단지 내리막길을 거의 넘어질 듯 비틀거리며 내려가던 중, 에어팟을 타고 들려오는 음악의 장르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다시 집에 들어갈 수도 없어 무작정 헬스장을 향해 걸었다.

헬스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치 어느 영화 속 좁고 분주한 공간을 훑는 롱테이크 샷처럼, 플래시몹의 앞부분처럼,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인물들의 각자 바쁜 액션이 펼쳐졌다.

바닥 청소를 하던 트레이너, 정수기 앞의 아주머니, 플라이 머신의 아저씨, 덤벨 존의 아저씨, 그리고 탈의실의 발가벗은 아주머니까지. 이렇게 일찍부터 다들 헬스장에 와서 운동을 하고 있었구나. 이 광경이 주는 활기는 나를 무슨 이방인쯤으로 취급했다.

기구들이 늘어선 곳까지 걸어가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질 만큼 아직 잠에서 덜 깬 몽롱한 정신은 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하체 존에서 힙쓰러스트를 겨우 마치고, 나는 덤벨존으로 건너갔다. 적당한 무게의 덤벨 두 개를 집어 들고 오늘은 이걸로 하체를 끝내기로 했다.

덤벨을 꽉 쥐고 스쿼트를 내려갈 때마다 이마에서 땀이 터져 나왔고, 스티프 데드리프트로 햄스트링을 늘릴 때는 덜 풀린 근육과 허리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다 깨달았다. 사람이 꽤 많구나. 아침 운동은 대단한 갓생보다 그저 세수하고 밥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구나.

비장한 마음을 머금고 마신 이 새벽 공기가, 어떤 이들의 아주 당연하고 사소한 일상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인스타에 꺼드럭 대며 올린 오운완 사진이 부끄러워졌다.

특별할 것 없는 평일 아침, 덤벨을 내려놓으며 나도 그들의 무심한 풍경 속으로 슬그머니 섞여 들어갔다. 대단한 결심은 필요 없었다. 내일 아침에도 이 평범한 소란함 속에 내 자리를 하나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까보다 조금 더 선명해진 정신으로 아파트 단지의 오르막길을 오르며 Dido의 Thank You를 들었다. 이 아침이 주는 평범함에 한 없이 마음이 가벼워진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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