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사라지고, 기억은 남았다
폭발은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소리도, 불빛도, 경고도 없이.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내가 있던 곳은 좁은 복도였고, 사람 둘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공간이었다.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했고, 특이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귀가 울렸고, 생각보다 빨리 공기가 뜨거워졌다.
가스 폭발이었다. 그리고 그 폭발의 시작은 바로 내가 있던 위치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몸이 붕 떴다. 실제로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걸 느낄 겨를도 없이, 충격이 몸을 날려버렸다. 나는 공중으로 튕겨 올랐다가 뒤쪽 벽에 세게 부딪혔다. 충격은 컸고, 짧은 순간 동안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이 돌아왔을 때, 나는 천장을 보고 있었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났고, 내 앞에 있던 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벽이 사라진 자리 너머로는 바깥 풍경이 보였다. 처음엔 그게 믿기지 않았다. 그 공간의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 구조가 사라져 있었다. 밖이 보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나무와 하늘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처음엔 그냥 귀가 먹먹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다시 누웠다. 눈은 떠 있었지만 아무것도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의 소리는 뭉개졌고, 왼쪽 혹은 오른쪽 어느 방향에서조차도 아무것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 다음날 아침, 해군 기지 내 숙소에서 눈을 떴다. 첫 번째로 느낀 건 귀에 남아 있는 이명, 그리고 두 번째는 몸을 일으키려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한쪽으로 휘청 넘어졌다는 사실이었다. 귀가 들리지 않던 방향으로 쓰러졌고, 그 순간 균형 감각이 무너졌다는 걸 실감했다. 바닥은 낯설지 않았지만, 내 몸은 익숙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대로 앉은 채 한참을 있었다.
무언가 크게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사고 전과 사고 후를 나누는 선이 생긴 것 같았다. 그 선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내 몸 전체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몇 주간은 머릿속이 멍했다. 무언가를 생각하면 금방 피로가 몰려왔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머리는 묵직했다. 보고서 작성도, 일상적인 대화도 예전처럼 자연스럽지 않았다. 겉으로는 웃을 수 있었고, 농담에도 반응했지만, 그 웃음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반사적인 움직임처럼 느껴졌다.
당장 의무대에 가야 한다는 말이 많았지만, 나는 괜찮다고 반복했다. 눈에 띄게 다친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일단 버텨보자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귀의 이명은 더 뚜렷해졌고, 균형감각 문제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밤에는 잠들기 어려웠고, 자다가 깨어나면 사고 당시의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벽이 사라지고, 밖이 보이던 그 풍경. 몸이 공중에 떠오르던 짧은 순간의 무력감.
주변 사람들은 내가 사고 중심에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길게 묻지 않았다. 다들 자기 방식대로 조심했고, 나도 그 분위기에 맞춰 조용히 있었다. 말하면 더 힘들 것 같았고, 말하지 않으면 나아질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착각 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처음 상담을 권유받았을 때 나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잠을 잘 수 없었고, 집중도 되지 않았다. 귀의 울림은 여전했고, 어떤 날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 하루를 보내야 했다. 결국 나는 상담실 문 앞에 서게 되었다.
그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뭘 듣게 될지도 궁금하지 않았다. 다만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처음으로 사고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그렇게 시작된 말은 길지 않았지만, 강하게 남았다. 내가 겪은 일, 그 순간의 충격, 이후의 변화들. 말하면서 나는 울지도 않았고, 특별히 감정이 격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너무 담담해서, 상담사가 한동안 조용히 있었다.
그 후로 나는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상담은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틸 수 있는 날이 생겼다. 귀의 이명은 여전했고, 몸의 감각도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내 안의 감정은 조금씩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그 사고를 겪고도 이렇게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폭발은 순간이었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아주 길게 이어졌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멈췄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글도 그 움직임의 일부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을 다시 확인하기 위한 기록. 그리고 그 기록이 쌓일수록 나는 내 안의 경로를 다시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