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겨울이다. 영국의 한 코미디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밝히는 것보다 자신이 싫어하는 것으로 본인의 정체성을 밝히기를 즐긴다고 말한바 있다. 실제로 어떤 것이 자신이 정체성이 될 정도로 그 무언가를 싫어한다면, 그것을 자신의 정체성과 연관지어서 밝히는 것은 상당히 개성있는 자기 피알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겨울을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겨울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혹독한 추위를 무척이나 싫어한다. 추우면 나가서 일상적으로 걷고 이동하는 것조차 고통으로 느껴진다. 목부터 발까지 온몸을 싸매야 추위를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오들오들 떨면서 있어야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추위를 오랜 시간동안 피하는 데 실패하면 어깨는 점점 더 움츠러들고, 기운은 점점 더 떨어지고, 수명은 하루 정도 단축된듯 싶을 정도로 몸의 신진대사가 축소되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서 봄은 겨울과 아주 많이 다르다. 일단, 겨울이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추위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이라는 특이점을 지닌다. 그 외에도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생동감있게 변화하는 계절이다. 싹이 움트고, 나무에서 이파리들이 돋아나고, 사람들의 두꺼운 외투들도 점점 얇아지기 시작한다. 하얗고 흐린 겨울의 색깔에 대비되는 푸르고 초록빛이 바로 봄의 색깔이다. 일조량도 점점 늘어나고, 외출하는 동안 태양의 뜨거운 기운을 받고 있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한다. 뜨겁고 밝은 기운을 피부로 받아들이며, 나는 내 몸 속에 움츠러든 에너지가 겨우내 깊은 잠에서 깨어나듯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기지개를 켜듯, 나의 몸 속의 세포들도 깨어나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움직여 활동하려는 것이다.
봄의 느낌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는 겨울의 추위를 특히 무척이나 싫어하기 때문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계절의 이동을 나는 사계절의 시간 중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은 여름의 더위를 씻겨내려주는 가을의 시원함과도 비할바가 못 된다. 소설에도 기승전결이 있고, 영화에도 반전이 있듯이 계절에도 시간에 따라 돌고 도는 순환의 법칙이 있다. 단순한 점의 개념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바라봤을 때는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만, 선의 개념으로 한 계절에서 다른 계절로의 이동을 봤을 때, 나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이 시간, 3월 즈음을 가장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