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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Jul 27. 2024

수험생활이라는 마라톤

  수험생활을 하면서 가장 필요하고 갖춰야하는 능력은 무엇일까? 풍부한 배경지식도 좋고, 남들보다 지능이 뛰어나다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한 발자국 갈 때, 내가 두 발자국을 갈 수 있다면, 두려운 시험이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철두철미한 계획성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하는 장소로 나아가는 성실성이라면 매우 유력한 합격생 후보이다. 심지어 주변에서도 기대하는 바가 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들만 갖추고 있으면 어떤 시험이든 넉넉하게 합격할 수 있을까? 그 밖에 말하지 않은 크고 작은 능력이 있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한다든지, 안 좋은 중간 성적에도 낙심하지 않는 멘탈을 가졌다든지, 혹은 공부 이외의 분야에서도 자기 관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든지. 그런데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능력은 다른 것이다. 어쩌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수도 있는 눈에 띄지 않는 가치. 바로 끝까지 꾸준하게 나아가는 능력. 바로 지구력이다.


  지구력이 있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지도 않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도 내가 지구력이 있는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다. 자신이 마침내 합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그렇게 시험이라는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해내곤 한다. 어쩌면 굳이 자신이 가진 장점이 지구력이라는 사실을 알 필요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 사람은 어떤 실패와 고난과 역경 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일을 꿋꿋히 해내기 때문이다. 끝까지 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생각보다 어렵고, 유의미한지는 시간이 지나서야 결국 알게 된다. 그는 또 하나의 성공경험을 쌓음으로써 더욱더 자신의 장점을 발전시키고, 공고히 한다.


  사실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 전문직 시험 등은 비유하자면, 단거리 경주라기보다는 마라톤 경주와 비슷하다. 아마추어라면 4시간에서 5시간을 달려야하는 스포츠인 마라톤은, 완주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한계를 도전하는 일이며, 42.195km를 끝까지 달리는 것 자체가 목표인 사람들이 많다. 끝까지 해냈을 때 모두에게 박수받을 만한 멋진 일이다. 마라톤과 같이 범위가 넓은 모든 시험은 끝까지 공부해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지만, 사실 끝까지 공부했다고 박수치고 인정해줄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수험생 본인도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마치 수험 생활이 단거리 경주처럼 느껴져서 생기는 오류이다. 한 권의 수험서를 뗐을 때, 인터넷 강의를 완강했을 때, 한 과목을 1독 했을 때만큼 기뻐야해야 하는 순간은 오직 실제로 시험에 합격을 했을 때 밖에 없다.


  마라톤을 뛰게 되었다고 상상하라. 3분의 1지점을 달렸을 때, 절반 정도 달렸을 때, 그리고 끝까지 모두 달렸을 때, 어느 순간에 가장 기쁘고 안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느 순간을 목표로 삼아서 출발선에 서야 할까? 우리는 중간 과정에서 기쁨을 맘껏 누릴 때, 끝으로 갈수록 그 기쁨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마라톤을 뛰며 아무도 중간만 달리자는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없듯이, 우리는 끝까지 공부해야 하고, 마지막까지 땀흘려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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