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맹장 같은 것
꿈은 맹장 같은 것
"수술 자국이 아파?"
"아프진 않지만..."
우림이는 수줍게 웃었다.
"보기에 무척 흉측해. 하지만 만일 네가 내 수술 자국을 정말루 보고 싶어 한다면, 난 보여줄 수도 있어. 왜냐하면 나는 너한테 내 흉한 모습을 속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그게 너무 흉측해서 갑자기 내가 싫어진다 해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림이는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절망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이 아이가 어째서 절망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술 자국 따위가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이냐구? 그건 내가 부끄러워하는 상처이기 때문에 상관이 있는 거야. 맹장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어. 나만 빼놓고... 나는 수술 자국을 볼 때마다 그걸 몹시 부끄러워하게 될 테지."
"하지만 맹장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한 거야?"
"물론 맹장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하지만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걸 내가 못 가졌다는 사실이야. 난 그걸 참을 수 없는 거야. 이해할 수 있겠니?"
물론 이해할 수 없었다. 아홉 살은 사람들의 부질없는 허영심까지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므로. 그러나 허영심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나는 알게 되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맹장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조차 기필코 차지하려 드는 멍텅구리들이 세상에 뜻밖에도 많다는 사실을. 우림이는 그렇게 허영심이 많은 아이였다.
<아홉살 인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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