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인용구
네이름. 네이름. 이름. 이름아. 이 름 아.
름아, 이름아. 네이름.... 네이름아.
내가 너의 이름을 계속 되뇌이는 것은
어떤 미안함이 남아서가 아니다.
나의 읊조림은 그리움 때문이 아니다.
나는 너의 이름을 퇴색시키고 있다.
너의 기억을 한 꺼풀씩 들어내며
그에 감응하는 것들이 무뎌지기를
피로로 마비되는 후각처럼 내 감정도
무색해지기를 무취해지기를 기도하고 있다.
완전한 무표정으로 추억을 하나씩 놓을 때
미련도 기대도 없도록 더 이상의 미움도 없도록
이름, 네 이름 세 글자가 아무런 의미도 남지 않도록
낯설어져 못내 지루해지도록 입 마르게 암송하고 있다.
네이름. 네이름. 네이름. 네이름. 네이름.
이름, 이름. 네이름. 네, 이름. 이름아.
한때 전부를 아우르는 단어가 있었다.
그 단어를 잊지 못해 차라리 잃기로 한다.
1.
2.
3.
4.
사랑이 뭐냐고 물으면, 너의 이름으로 답하던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