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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꽃농부 Nov 26. 2024

4Km, 자전거 출근기

10분 라이딩 출근

  연초에 이곳으로 전근 왔으니 어느덧 1년이 되어간다. 집에 가는 날은 특별히 휴가를 내지 않는 한 주말 금요일에 퇴근하여 일요일 저녁에 돌아오니 주중은 회사에서 제공한 숙소에서 지낸다. 출근길은 4Km가 채 되지 않으나, 차를 타고 다니기엔 너무 짧고 걸어 다니기엔 조금 먼 애매한 거리이다. 한동안 운동하는 셈 치고 걸어 다녀 보았으나, 매일 같은 길에서 마주하는 어제와 다름없는 너무나 익숙한 무변화가 내심 식상하여 재미가 없던 차 아내가 자전거출근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한 때는 자전거에 미치다시피 하여 한 해 주행거리가 5,500Km까지 찍었고, 다음 해 목표치를 6,000Km로 세웠으며, 펑크수리는 기본이고 타이어 교체, 림 조절 등 웬만한 수리기술까지 섭렵하여 퇴직하면 자전거방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는데... 집 현관 앞에 세워둔 비싼 자전거를 가지고 내려와 탈 생각을 미처 못한 것이다.


  주말에 나들이 가면 경치 좋은 곳에서 아내와 같이 타고 다닐 계획으로 차에 매달고 다닐 수 있는 거치대를 가지고 있었으나 수영말고는 자전거엔 영 재미가 없다고 하여 얼마 쓰지 못하고 당근에 내다 팔았기에 자전거를 지방에 가지고 내려간다는 것이 꽤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차 트렁크에 싣고 가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긴 하지만 근무지가 워낙 먼 곳이라 다시 집으로 차를 가지고 올라치면 쉼 없이 운전해도 대략 6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하니 고개를 절레절레케했다.




 궁하면 통하리라! 일전에 어떤 이가 제주해안도로를 자전거로 여행한다며 서울에서 제주까지 자전거를 비행기에 포장해 간 것이 기억이 난다. 그것에 비하면 나의 경우는 더욱 쉬울 터!


  우선은 자전거를 안전하게(흠집 생기지 않게) 이송할 수 있는 포장용 박스가 필요하다. 박스는 평소 단골처럼 드나들던 자전거방에 가서 구하기로 하고 사정을 얘기하니 어렵지 않다며 며칠 후에 들르라고 한다. 자전거방에는 신품 자전거가 들어올 때 사용된 포장박스가 당연히 남을 것이고, 약간의 비용이면 구입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주효했다. 고마운 마음에 약간의 돈을 드리려 하니 괜찮다고 됐다고 하지만 그냥 받아만 나오기가 머쓱해 밤길에 유용할 플래시 하나 사들고 나왔다. 이쯤이면 거의 성공한 셈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지식의 보고인 네이버와 유튜브의 힘을 빌려 자전거 분해와 포장을 일사천리로 한 후 집 가까운 곳에 있는 경동택배(기업물류택배전문)에 운송을 맡기고 왔다. 접수하는 분이 '이거 보내 드리긴 하는데 거기 가서 직접 찾아가셔야 해요.' 한다. 조금 의아했지만 찾아가는 게 뭐 대수인가? 조립해서 타고 오면 되는 걸.


  며칠 후 숙소 현관 앞에 커다란 박스가 나를 기다렸고, 조심스레 포장을 벗겨 간단히 조립을 마친 후 동네 한 바퀴 시운전을 해보니 날렵한 몸체가 바람을 가르며 시원한 청량감을 가득 안겨준다.


  4Km 출근길을 걸어 다닐 때와 자전거 탈 때의 비교는 한마디로 비교불가 그 자체이다.

라이딩의 즐거움은 단연 바람을 가르는 상쾌함이고 이어폰으로 타고 오는 코요테의 댄스곡에 흥얼거리며 페달을 밟으면 쿠르 드 프랑스 선수인 양 한껏 기분을 낼 수 있다.


  비록 짧은 10분의 라이딩 출근길이지만 집 떠난 직장 생활 중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사진 빌려 온 곳: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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