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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전환기의 과도기

두 호르몬의 대결과 충돌

by 꿈꾸는 momo

아직까지는 한 달에 한번 있는 마법의 날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날이 다가오며 나타나는 증상과 주기가 변하고 있다. 마흔 중반의 저질체력 아줌마는 뭔가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같은 시즌, 코 밑의 수염이 점점 어두워진다 싶던 첫째에게서 남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감았다고 하는 머리는 늘 떡져 보이고, 제대로 했다고 하는 양치질도 영 석연찮지만 이제 엄마의 도움을 거부한다.


점점 강력해지는 우리 둘의 변화가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럴 줄 몰랐던 네가, 그럴 거라고 하는 시기를 지나가는 게 내게는 난감하다. 우리는 또 처음이니까. 나에게는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런 시간들이 낯설고 낯설다. 아주 짜증이 난다.


갈수록 운동속도와 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겐 멀티로 움직이여야 하는 집안일이 점점 버겁고, 어수선함을 반복적으로 추가하는 아들에게 잔소리가 늘어난다.


늘어나는 잔소리와 비례해 늘어나는 아들의 유튜브스런 말투, 그리고 비효율적인 시간관리와 학습태도 등등 등등~~~~~


이럴 땐 보여도 안 봐야 하고, 그게 안 되면 내가 스스로 나가는 것이 답인가.


혼자 있는 게 좋았다가, 또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좋아지는 이상한 생애전환기 초입에 들어온 거 같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불쑥 당겨졌다 느려졌다 하는 호르몬 주기처럼 감정이 오르락내리락거린다.


"엄마, 내 가방은 열지 마세요." 하는 아들은 거울 앞에서 스킨로션을 바르며 피부를 두드리고 있다. "형아, 여친 생겼어?" 셋째의 말에 실소했지만, 정작 첫째는 셋째를 쏘아본다. 정말, 아들에게 여친이 생긴 걸까?


어쨌든 피곤하다. 두 예민함이 충돌하고 있을 때, 둘째가 말한다.

"그래도, 형아. 결국 사춘기는 갱년기를 이길 수 없어."


(그러는 넌 2학년이 아니었던가? 그런 소리는 어디서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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