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2024. 4. 19. 금]
친구의 결혼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축사를 써주기로 해놓고 한 줄도 쓰지 못했는데 결혼식 날짜는 자꾸만 성큼성큼 다가왔다. 진즉에 종이 청첩장도 받았고, 어제는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왔다. 이제 진짜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단 한 줄도 못썼는데, 모바일 청첩장 속 해맑게 웃고 있는 친구와 예비 신랑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샘솟았다. 메모장을 펼쳐 놓고 하고 싶은 말을 쓰고서 꼭 필요한 말, 예쁜 말만 골라냈다.
다 적은 축사를 친구한테 보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졌다. 딴에는 쓴다고 썼는데 혹시 신부가 불편해야 할지 모를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스레 친구에게 물었다. “축사 쓴 거 보여줘야 해?”, “보고 싶은데…”라는 친구. 식장에서 서로 당황할 일이 생기는 것보다 미리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 적은 축사를 보냈더니 울고 있는 이모티콘이 날아든다. “이거, 눈물 나는데 어떡해?”라고 한다. 슬픈 내용이 하나도 없는데 울면 어쩌나 했다. 실은 축사를 써놓고 연습 삼아 읽으면서 목이 메었다. 자기가 쓴 글을 읽으면 염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라니 별로다.
친구에게 “실은 나도 축사를 읽으며, 울컥해서 염소 목소리가 나더라. 이런데 괜찮겠어?”라고 했더니 그제야 웃는다. 나는 염소 목소리를 내고, 친구는 울음을 참으려 코를 훌쩍이고… 상상한 결혼식 장면이 아니다. 참고 또 참자고 서로 약속한다.
친구는 눈물이 나오는 바람에 버스를 타야 하는데,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 결혼을 준비하니 하루에도 마음이 좋았다 나빴다 한다는 친구. 신혼집에 들어오는 가구를 받으며 설렜다가도 무언가 일정이 틀어지거나, 조율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정신없다고 하면서도 친구는 행복함을 감출 줄 모른다. “힘들다면서 그래도 좋아?”했더니 “좋지”라고 망설임 없이 메시지가 도착한다. 행복한 친구를 바라보는 건 이렇게나 기쁜 일이구나.
고민했던 축사는 다 썼는데, 이제 결혼식에 무슨 옷을 입고 갈지 고민이다. 축사를 읽는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생각할 게 많은데, 당사자인 친구는 오죽할까. 그래도 행복해하니 다행이다.